전통고급주 활성화 위한 주세법 개정해야
증류주 국산 위스키 등 종가세 155% 과세
생산가 20만원짜리 세금만 31만원
좋은 재료 쓰면 세금 급증
수입 제품에 경쟁력 뒤지고 국산 주류 품질향상 저해
생산가 20만원짜리 세금만 31만원
좋은 재료 쓰면 세금 급증
수입 제품에 경쟁력 뒤지고 국산 주류 품질향상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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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류산업이 낡은 규제와 세법에 발목이 잡혀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를 비롯한 고급 주류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급속도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행 주세법이 국산 위스키와 증류 소주 등 전통주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류에 대한 세금 부과 불균형 탓에 국산 주류가 다양화와 고급화되지 못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전통주 성장 가로막는 주세법=24일 세정당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0년 주세법 개정을 통해 50년간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적용했던 과세 방식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했다.
종가세는 제조 가격을 기준으로 매기는 세금으로, 종량세는 도수와 용량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맥주와 탁주에 대한 과세 방식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뀜에 따라 국내 주류 시장은 급격히 변화했다. 과거 종가세 체제 아래 수입 맥주는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세금으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4캔 1만원’ 프로모션과 다양한 제품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었다.
그러다 종량세로 바뀌면서 국내 맥주업계도 수제 맥주 등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면서 맥주 시장이 국산 수제맥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맥주는 종량세 적용 6개월 만에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의 점유율을 추월하기도 했다. 막걸리 역시 프리미엄 막걸리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소비가 증가하는 등 국내 주류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주세 과세 체계 개편은 여전히 맥주와 탁주에만 머물러 있어 조선시대 고급술의 대명사였던 증류주 등 전통주와 국산 위스키 등 ‘고급술’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원재료 국산 위스키를 만든다고 가정할 때 현 주세법상 과세는 155%다. 생산가 20만원짜리 위스키에 붙는 세금만 31만원으로, 가격이 오르면 오를 수록 세금 부담도 커진다. 여기에 포장 케이스도 원재료 가격에 포함돼 술에 부과되는 세금과 똑같이 155%의 세금을 내게 된다.
또 국산 주류의 경우 출고가에 영업과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이 포함돼 세금이 높게 책정되는 것과 달리, 수입 주류는 수입할 때 신고 가격에 세금을 매겨 국산보다 유리한 구조다.
이처럼 종가세를 적용할 경우 국산 주류는 비싸고 좋은 원료를 사용해 술을 만들면 세금이 급증, 수입 주류와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주류 기업들이 고품질의 주류 생산에 나서지 못하는 등 주류산업이 위축, 다양한 전통주와 국산 주류 품질향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해 4개국만 종가세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며 “종가세는 국제표준에 부합하지 않고 국산과 수입주류 간 형평성 문제는 물론, 고품질의 제품 개발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말했다.
◇고품질의 국산 술 세계화 위해 종가세→종량세로=국산 술이 현 종가세 체재에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맥주 및 탁주의 사례처럼 종량세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 수록 세금이 높아지고,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 세율이 낮아지는 국제 원칙에 따라 단순히 양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닌, 도수를 고려한 종량세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주류 문화가 바뀌면서 국산 증류 소주와 위스키 등 고급 술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세법 개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소주와 맥주가 주를 이뤘던 술 문화가 와인과 증류식 소주, 위스키 등 고급 주종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세 표준이 용량과 도수에 따라 과세하는 종량세로 바뀌면 수입 주류와 공정하게 품질 경쟁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술을 만드는 원재료를 더욱 고급화할 수 있어 제품력이 우수한 국산 주류가 시장에 확대,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국산 주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BTS와 ‘오징어게임’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이 한식을 포함해 우리의 술을 세계화할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진석 현대외식연구소 이사는 “최근 술과 외식문화가 고급 술로 빠르게 바뀌면서 우리의 전통 술인 증류식 소주 소비도 늘고 있으나, 그에 비해 고품질의 국산 주류 개발은 더딘 편이다”며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 국내 업체들이 고품질의 국산 쌀을 원재료로 한 뛰어난 증류식 소주 생산에 뛰어들 환경이 조성되고, 쌀 소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종가세는 제조 가격을 기준으로 매기는 세금으로, 종량세는 도수와 용량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맥주와 탁주에 대한 과세 방식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뀜에 따라 국내 주류 시장은 급격히 변화했다. 과거 종가세 체제 아래 수입 맥주는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세금으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4캔 1만원’ 프로모션과 다양한 제품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었다.
하지만 주세 과세 체계 개편은 여전히 맥주와 탁주에만 머물러 있어 조선시대 고급술의 대명사였던 증류주 등 전통주와 국산 위스키 등 ‘고급술’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원재료 국산 위스키를 만든다고 가정할 때 현 주세법상 과세는 155%다. 생산가 20만원짜리 위스키에 붙는 세금만 31만원으로, 가격이 오르면 오를 수록 세금 부담도 커진다. 여기에 포장 케이스도 원재료 가격에 포함돼 술에 부과되는 세금과 똑같이 155%의 세금을 내게 된다.
또 국산 주류의 경우 출고가에 영업과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이 포함돼 세금이 높게 책정되는 것과 달리, 수입 주류는 수입할 때 신고 가격에 세금을 매겨 국산보다 유리한 구조다.
이처럼 종가세를 적용할 경우 국산 주류는 비싸고 좋은 원료를 사용해 술을 만들면 세금이 급증, 수입 주류와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주류 기업들이 고품질의 주류 생산에 나서지 못하는 등 주류산업이 위축, 다양한 전통주와 국산 주류 품질향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해 4개국만 종가세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며 “종가세는 국제표준에 부합하지 않고 국산과 수입주류 간 형평성 문제는 물론, 고품질의 제품 개발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말했다.
◇고품질의 국산 술 세계화 위해 종가세→종량세로=국산 술이 현 종가세 체재에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맥주 및 탁주의 사례처럼 종량세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 수록 세금이 높아지고,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 세율이 낮아지는 국제 원칙에 따라 단순히 양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닌, 도수를 고려한 종량세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주류 문화가 바뀌면서 국산 증류 소주와 위스키 등 고급 술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세법 개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소주와 맥주가 주를 이뤘던 술 문화가 와인과 증류식 소주, 위스키 등 고급 주종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세 표준이 용량과 도수에 따라 과세하는 종량세로 바뀌면 수입 주류와 공정하게 품질 경쟁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술을 만드는 원재료를 더욱 고급화할 수 있어 제품력이 우수한 국산 주류가 시장에 확대,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국산 주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BTS와 ‘오징어게임’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이 한식을 포함해 우리의 술을 세계화할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진석 현대외식연구소 이사는 “최근 술과 외식문화가 고급 술로 빠르게 바뀌면서 우리의 전통 술인 증류식 소주 소비도 늘고 있으나, 그에 비해 고품질의 국산 주류 개발은 더딘 편이다”며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 국내 업체들이 고품질의 국산 쌀을 원재료로 한 뛰어난 증류식 소주 생산에 뛰어들 환경이 조성되고, 쌀 소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