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설 가격표시제 ‘시늉만’…단속은 ‘팔짱만’
광주 헬스장·수영장 등 가격·환불기준 명시 위반에도 과태료 부과 ‘0건’
방문상담 후 가격 결정 유도…시행 300일인데 실태 파악 안돼 시민 불편
방문상담 후 가격 결정 유도…시행 300일인데 실태 파악 안돼 시민 불편
![]() /클립아트코리아 |
헬스장·수영장 등 ‘체육시설 가격 표시제’가 본격 시행됐지만 현장에선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불을 놓고 소비자와 마찰을 빚는 사례가 빈발한데도 계도기간이 종료된지 4개월이 지나도록 단속된 사례가 한 건도 없을 정도다.
실효성 있는 가격표시제 안착을 위해 단속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공정위는 시행 300일이 지나도록 체육시설의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정책의 실효성은 없고 시민들의 불편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 광주지방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6월 26일 체육시설 가격표시제 계도기간이 종료된 이후 광주지역 체육시설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0건에 그치고 있다.
체육시설 가격표시제는 헬스장, 수영장 등 체육시설을 대상으로 가격 및 환불 기준을 표시하는 정책으로 지난해 12월 시행됐다. 가격표시제를 통해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해 사업자 간에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시설 내 고시 의무’에 따라 해당 체육시설은 등록신청서뿐 아니라 매장 게시물에도 서비스 내용과 요금, 환불 기준 등 주요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종이에 출력해서 붙여놓거나 포스터, 게시판, 배너, 입간판 등 사업장 상황이나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표시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개인은 1000만원 이하, 사업장은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공정위는 코로나로 인한 사업주들의 경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올해 6월까지 계도기간을 진행했다.
이후 공정위는 지난 7월부터 ㈔소비자교육중앙회를 통해 가격표시제 준수 여부를 조사해 전국의 1003곳의 헬스장 중 400개의 헬스장에게 자율시정을 명령했다. 10곳 중 4곳이 사업장에 요금과 환불기준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24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결과 광주시내 헬스장 10곳 중 4곳만이 요금표를 게시하고 있었다. 나머지 6개의 헬스장은 ‘프로모션’ 등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방문해서 상담해야 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또 10개 중 7개 헬스장이 PT(운동을 개인적으로 코치해주는 것)는 고객마다 관리하는 방식이 달라 트레이너가 직접 보고 맞춤관리를 해야 한다며 방문상담 후 요금이 결정된다고 했다.
체육시설들이 이처럼 가격표시를 거부하는 이유는 가격 출혈 경쟁이 심해질수록 업계끼리 ‘제 살 깎아 먹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PT나 개인 강습의 경우 트레이너별 개인별 전문성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건 당연하다는 이유도 있다.
결국 불편은 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초 휴학 후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한 장호영(21·광주시 광산구) 씨는 등록 2주 뒤 병무청으로부터 징집소집통지서를 받아 헬스장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20%만 환불해준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장씨는 “헬스장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환불규정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면서 “사정이 생겨서 환불하겠다고 하니 알아서 헬스장 이용권을 양도하거나 20%를 환불받으라는 답변만 내놨다. 체육시설 가격표시제가 있으나 마나 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필라테스에 관심이 생긴 허민아(여·25)씨는 2주가 넘도록 ‘결정장애’를 겪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가격표시란에 가격은 없고 방문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허씨는 “인터넷 홍보글 가격란에는 요금 대신 휴대전화 번호만 적혀있고 결국 직접 전화해보면 방문을 해야 정확한 상담이 된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영장도 마찬가지다. 광주지역 수영장 5곳중 2곳은 요금을 전화로는 알려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수영장 이용료는 쉽게 알려줬지만 강습료와 환불규정에 관해서는 방문하지 않으면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헬스장만 1만개가 넘고 체육시설도 정확히 파악이 어려울 만큼 광범위해서 현재는 민원이 들어오면 조치하고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수조사나 사전조사를 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신속히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
실효성 있는 가격표시제 안착을 위해 단속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공정위는 시행 300일이 지나도록 체육시설의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정책의 실효성은 없고 시민들의 불편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체육시설 가격표시제는 헬스장, 수영장 등 체육시설을 대상으로 가격 및 환불 기준을 표시하는 정책으로 지난해 12월 시행됐다. 가격표시제를 통해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해 사업자 간에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공정위는 코로나로 인한 사업주들의 경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올해 6월까지 계도기간을 진행했다.
이후 공정위는 지난 7월부터 ㈔소비자교육중앙회를 통해 가격표시제 준수 여부를 조사해 전국의 1003곳의 헬스장 중 400개의 헬스장에게 자율시정을 명령했다. 10곳 중 4곳이 사업장에 요금과 환불기준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24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결과 광주시내 헬스장 10곳 중 4곳만이 요금표를 게시하고 있었다. 나머지 6개의 헬스장은 ‘프로모션’ 등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방문해서 상담해야 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또 10개 중 7개 헬스장이 PT(운동을 개인적으로 코치해주는 것)는 고객마다 관리하는 방식이 달라 트레이너가 직접 보고 맞춤관리를 해야 한다며 방문상담 후 요금이 결정된다고 했다.
체육시설들이 이처럼 가격표시를 거부하는 이유는 가격 출혈 경쟁이 심해질수록 업계끼리 ‘제 살 깎아 먹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PT나 개인 강습의 경우 트레이너별 개인별 전문성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건 당연하다는 이유도 있다.
결국 불편은 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초 휴학 후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한 장호영(21·광주시 광산구) 씨는 등록 2주 뒤 병무청으로부터 징집소집통지서를 받아 헬스장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20%만 환불해준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장씨는 “헬스장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환불규정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면서 “사정이 생겨서 환불하겠다고 하니 알아서 헬스장 이용권을 양도하거나 20%를 환불받으라는 답변만 내놨다. 체육시설 가격표시제가 있으나 마나 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필라테스에 관심이 생긴 허민아(여·25)씨는 2주가 넘도록 ‘결정장애’를 겪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가격표시란에 가격은 없고 방문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허씨는 “인터넷 홍보글 가격란에는 요금 대신 휴대전화 번호만 적혀있고 결국 직접 전화해보면 방문을 해야 정확한 상담이 된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영장도 마찬가지다. 광주지역 수영장 5곳중 2곳은 요금을 전화로는 알려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수영장 이용료는 쉽게 알려줬지만 강습료와 환불규정에 관해서는 방문하지 않으면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헬스장만 1만개가 넘고 체육시설도 정확히 파악이 어려울 만큼 광범위해서 현재는 민원이 들어오면 조치하고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수조사나 사전조사를 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신속히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