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세탁소·목욕탕이 사라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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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세탁소·목욕탕이 사라지고있다
광주 세탁소 1년새 169곳·노래방 149곳 문 닫아
생활패턴 변화에 PC방 등 생활밀착형 업종 급감
2022년 10월 24일(월) 21:10
광주시 서구 상무 1동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30여 년간 운영을 하던 세탁소가 최근 문을 닫았다.

긴 시간 동안 주민들의 옷을 세탁하며 동네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해 온 세탁소 폐업의 이유는 일감 감소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전언이다.

광주지역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동네를 지키고 있던 세탁소, PC방, 노래방, 목욕탕 등과 같은 ‘동네 가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24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광주시 전체 세탁소 수는 2021년 8월 1353개에서 2022년 8월 1184개로 1년 여 만에 약 12% 감소했다. 한 달에 14곳의 세탁소가 사라지는 꼴이다.

동네 세탁소 상인들은 일감 자체가 1년 사이 20~30%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매출 감소가 동네 세탁소들이 문을 닫는 이유라는 것이다.

광주시 전체 세탁소의 업소당 월 평균 매출액은 지난 3월 721만 원에서 5개월 만에 511만 원으로 약 30% 감소했다. 업소당 월 평균 매출 건수도 같은 기간 326건에서 250건으로 약 20% 줄었다.

소비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업소 등장 등이 동네 세탁소를 쇠락의 길로 접어 들게 했다는 것이다.

광주시 상무1동에서 10년 이상 장사한 한 세탁소 상인은 “요즘은 인터넷에서 옷을 사면 구매자 치수에 맞춰 수선해준다”면서 “집마다 스타일러, 건조기 등을 갖추고 있다 보니 사람들이 세탁소에 올 일이 많이 줄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주환 사단법인 한국세탁중앙회 광주지회장도 “기술이 발달해 요즘 나오는 와이셔츠는 세탁기에 빨아도 구김이 지지 않고, 골프복과 같은 운동복도 금방 마른다”라며 “기능성 옷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탁소 일감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동네 가게에는 한때 전성기를 보이며 한 집 건너 하나씩 있던 PC방, 노래방 등도 포함됐다.

광주시 전체 PC방 업소는 2021년 7월 401곳에서 2022년 7월 374곳으로 1년여 만에 약 10% 줄어드는 등 최근 3년간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2018년 1만 462개에서 2022년 7월 8996개로 15% 이상 감소했다.

박정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광주지부장은 “요즘은 PC 게임보다 모바일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라며 “게임 제작사도 최근 3년간 모바일 게임 출시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감에 협회 소속 PC방 지부장들은 24일 대전에서 모여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노래연습장과 목욕탕도 동네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광주지역의 노래연습장 수는 1100여 개 수준이었지만 2022년 7월에는 951개로 줄어들었다. 광주지역 목욕탕 수도 2018년 200개 수준이었지만 2022년 7월 161개로 40여 개가 없어졌다.

구일암 사단법인 대한노래연습장업협회중앙회 광주시지회장은 “저녁 회식이 사라지고, 코인노래방이 늘면서 노래연습장 수가 확연히 줄었다” 면서 “밤에만 즐겼던 노래연습장을 생일파티 등 다양한 용도로 낮에도 즐길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수십 년 동안 동네를 지키던 자영업자들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라지고 있다”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네 자영업자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과 같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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