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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외치지만 관광 연계 미흡…‘노잼도시’ 광주 아쉽다
인권도시 광주, 다크투어리즘에 미래 있다
다크투어리즘 없는 광주
기억해야할 역사적 명소 많은데
일정 시기만 반짝 프로그램 운영
인권 관련 시티투어도 거의 없어
아시아인권위원회 유치 계기
광주 국제도시 도약 위해
2022년 09월 19일(월) 19:30
지난 2020년 9월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245’ 개관식에서 시민들이 9층과 10층 벽면에 헬기사격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는 5·18의 다른 이름이다. 고난의 십자가였던 5·18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고, 민주화를 염원하는 아시아 국가들에겐 희망이 됐다.

언제부터인가 5·18을 과거의 역사로, 이제는 놓아줘야 하는 역사로 이야기 하는 이들이 있다. 더러 광주는 더 이상 5·18팔이를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다.

‘노잼도시’ 광주의 원인을 5·18에서 찾기도 한다. 인권도시의 이미지는 기업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등의 논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대표 국제인권단체인 아시아인권위원회(AHRC·Asian Human Rights Commission)가 5·18민주화운동의 성지인 광주로 근거지를 옮겨오기로 결정했다.

이는 인권이 광주만의 경쟁력이자 국제도시로 거듭나는 핵심 자산이 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주일보는 아시아인권위원회 유치를 계기로 인권도시 광주가 다크투어리즘을 통해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방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인권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광주에 제대로 된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역사교훈여행)이 없다는 지적이다. 다크투어리즘이 광주만의 경쟁력이라는 점은 알면서도 정작 자신있게 다크투어리즘이라고 부를 만한 지속적이며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여행은 자연경관을 즐기고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재미를 남긴다면, 다크투어리즘은 역사적 명소를 찾아가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여행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크투어리즘의 매력은 역사의 자취·잔해를 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고 아픈 역사의 반복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여행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광주는 1980년 신군부의 총·칼 아래 무참히 짓밟히면서도 굳건히 저항한 도시로, 다크투어리즘으로 기억해야 할 역사적 장소들이 많다. 하지만 일정 시기에만 다크투어리즘을 위한 반짝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 지속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에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적지로 총 29곳이 지정돼있다.

광주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은 ▲5·18기념재단을 중심으로 매년 5월 ‘오월지기’(안내해설사) 등을 활용해 사적지에 대한 설명 제공 ▲사적지를 연결, 5개 테마에 따라 꾸며진 ‘오월길’스탬프투어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운영하는 전일빌딩 245해설 등이다.

2004년 활동을 시작한 오월지기는 국립5·18민주묘지와 5·18 구묘역, 5·18민주광장(구 도청) 등 5·18 사적지를 찾는 이들에게 장소의 의미와 역사, 민주정신 등을 안내하는 해설사다. 매년 5월 한달동안 사적지 방문자들에게 역사적 의미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오월길은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만들어졌다. 오월길 코스는 5·18민주화운동의 열망이 담긴 사적지를 찾아가는 ‘오월인권길’, 오월광장에서 뜨겁게 타올랐던 시민들의 발자취를 발견하는 ‘오월민중길’, 오월정신의 역사와 교감하는 ‘오월의향길’, 광주의 오월 문화·예술을 만나는 ‘오월예술길’, 오월정신을 따라 새로운 여정을 만나는 ‘오월남도길’ 등 5개 테마로 구성됐다.

5·18헬기사격의 증거인 전일빌딩245에는 9층과 10층에 ‘5·18기억공간’이 있다. 이곳에선 1980년대 당시 금남로 일대와 전일빌딩을 중심으로 제작한 축소 모형과 헬기사격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영상쇼를 감상할 수 있으며 하루 5차례 정기해설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지정된 사적지를 기준으로 걷고 둘러보면서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설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시티투어나 스탬프투어 등의 정책적인 시도가 있었지만 흐지부지 됐다. 시티투어에 ‘무등산 무장애투어·지질명소 투어’, ‘빛고을 남도투어’ ‘맛있는 남도투어’는 있지만 정작 인권관련 투어는 없는 실정이다.

시설 개·보수나 기념비 설치 등 하드웨어 투자만 있고 콘텐츠 개발 등 소프트웨어가 없는 것도 문제다.

광주시는 지난해 15억원을 들여 5·18자유공원 노후시설 보수공사를 한데 이어 올해도 사적지 29곳에 대한 보수와 환경정비를 하는데 그쳤다. 다크투어리즘은 어떤 형태로든 콘텐츠화 하는 단계가 필요하지만 현재 광주시는 조형물과 기념비 같은 시설물만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거리를 묶어내는 스토리텔링 작업, 역사를 바탕으로 2차·3차로 가공하는 콘텐츠는 다크투어리즘의 필수요소”라면서 “콘텐츠를 도입하면 방문객들의 공감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견해를 모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일컫는 말이다.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또는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이라고도 한다. 1996년 영국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헤리티지 스터디스’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여행이 경험을 쌓는 소비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트라이슈머(Trysumer·체험적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더욱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