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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공백과 어느 의료인의 죽음-심상돈 동아병원 원장
2022년 08월 10일(수) 00:45
7월24일 서울아산병원의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 했다. 당시 근무 중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로 쓰러진 후 뇌혈관 중재시술을 하였고 출혈이 멈추지 않아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뇌혈관외과 의사의 부재로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하였으나 사망한 일이다. 매우 안타까운 사건으로 먼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고인이 속했던 병원은 우리나라 5대 병원 중 하나로 시설, 규모, 인력, 시스템 등이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다. 이러한 병원에 당시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궁금함을 넘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의 업무와의 연관성, 의료진 부재와 이송에 시간이 지체된 이유 등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한편에서는 자본의 논리만을 추구하려 했던 결과로 의사사회 전체를 지적하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인 중증 필수의료 분야 인력부족이 그 원인이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약해져 꽈리처럼 부풀어 있다가 터지는 초응급 질환으로 크기, 형태, 위치 등에 따라 중재시술 또는 뇌혈관외과수술로 치료한다. ‘Big incision make surgeons to big’ 이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말이 있다. 수술할 때 절개를 크게 할수록 좋은 외과의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최첨단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의 외과의사들에게 이런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동안 모든 의료, 특히 외과분야는 최소 절개, 최소 침습의 방향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수술시 주변조직에 대한 불가피한 손상을 줄여 수술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 하고 치료의 결과를 최대화 하자는 의도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위장관 내시경 수술, 심장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 흉복강경 수술, 관절경 수술 등이 발전해왔고 최첨단 위성항법장치와 미세로봇이 의료에 등장한 것도 이미 10년이 지났다. 뇌혈관외과수술이 코일과 스텐트를 이용한 중재시술로 발전한 것도 과학과 역사의 발전이고 시대의 흐름이다. 물론 모든 뇌동맥류를 중재시술로만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뇌혈관외과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사실은 서울아산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가 2명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중재시술의 증가로 인한 불가피한 뇌혈관외과 수술의 감소와 수익성저하로 경쟁력이 떨어진 뇌혈관외과 분야를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맡겨두어 고사된 결과이다. 국가의 통제하에 있는 중증 필수의료에 대한 원가이하의 낮은 의료수가가 그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나마 지금의 상황도 이 분야 의료인들의 개별적, 집단적 노력과 희생의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국가의 노력으로 유지, 발전시켜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그동안 국가는 저수가, 저급여, 저비용의 의료정책으로 지금의 기형적 구조의 의료체계를 수수방관 하였다.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공공의료, 필수의료의 최종 지향점으로 가는 길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는 진실을 국가, 국민, 의료계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이제는 서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왜곡되고 기형적인 의료제도 때문에 발생된 사건을 의료인 개인이나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려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필수의료 분야 인력부족을 의사전체 인력부족으로 몰아 무작정 의사수를 늘리기 위해 공공, 지방의대 신설하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지 못한것이며 문제의 해결이 아닌 정치적인 놀음으로 용납할 수 없다. 히포크라테스, 허준, 슈바이쳐 등을 소환하여 묵묵히 소신을 다해 일하고 있는 의사사회를 매도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를 국가가 나서 직접 이끌어 내야 한다. 의사가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