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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식구-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08월 08일(월) 02:00
20대 후반인 김명수(가명) 씨는 3년째 서울에서 친구들과 동거 중이다. 부모에게 손 벌리기가 미안해 대학 졸업 후 고교 친구와 같은 오피스텔을 쓰다가 1년 전에는 다른 친구까지 합류해 조그만 거실에 방 두 칸짜리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순전히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동거인데 보증금과 월세, 관리비를 줄일 수 있어 만족하는 편이다. 고교 친구들이라 마음이 편하고 취업 준비에 매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 씨처럼 가족이 아닌데도 함께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남남끼리 한 집에 사는 비친족 가구수는 47만 2660가구로 1년 전보다 11.6% 증가했다. 비친족 가구원도 101만 5100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돌파했다. 5년 만에 비친족 가구원 수가 74%나 늘었다. 광주·전남에서도 비친족 가구원이 6만 명을 넘어섰다.

행정구역별로는 읍·면보다는 동에 거주하는 비친족 가구가 많아 팍팍한 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가구가 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열 명중 여섯 명 이상이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비혼·동거까지 확대하는 데 동의해 인식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총인구가 정부 수립 후 72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65세 이상 노인은 42만 명이 는 반면에 생산 연령인 15~64세는 34만 명, 0~14세인 유소년은 17만 명 줄어 결국 1년 만에 9만 명이 줄어든 것이다. 생산 연령 인구 네 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하는 상황이 됐다.

본격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 가족(家族)이 아닌 식구(食口)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혈연·혼인·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만이 가족이 아니라 끼니를 같이하는 식구도 이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란 얘기다. 프랑스는 ‘시민 연대 계약’ 제도를 시행해 동거인에게도 가족과 같은 혜택을 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식구인 비친족 가구원에게도 가족과 같은 혜택을 주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