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을 끊어 낼 때, 연극은 계속된다-김다 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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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이윤택 연극 연출가의 상습 성추행에 대한 고발이 터져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문학과 영화, 음악 등 장르를 불문하고 문화예술계가 관행과 관례라는 이름으로 묵인해온 예술계 내부의 성폭력이 물 위로 드러나며 예술계의 성평등을 외치는 목소리들도 함께 일어났다.
이윤택 미투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광주에서도 연극계 미투가 터져 나왔다. 지난 6월 29일 광주청년유니온도 함께 연대하고 있는 ‘광주연극계 성폭력사건해결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꿈을 안고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연기자들이 극단 대표와 그의 배우자, 다른 극단 대표 등 연극인 세 명한테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며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3인의 연극인들은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배우들에게 수개월 동안 성폭행을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너를 키워 줄 수 있다’며 자신들이 지역 연극계에서 가진 위치와 지위를 이용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피해자들은 연극계를 떠나야 했다. 비전형 노동자이자, 사회 초년생인 그들에게 소위 ‘일감’을 볼모 삼은 위계성 성폭력은 결국 연극에 대한 꿈을 접게 했다. 더하여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2차 가해는 이들을 더욱 위축되게 했다. 그사이 가해자들은 광주 연극계에서 탄탄한 경력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경력은 이러한 피해자들의 인권을 박탈하며 쌓아 올렸다. 광주연극협회는 기자회견 후 가해자 3인을 협회 회원에서 제명했고 한국연극협회 또한 가해자들을 제명하며 대한민국연극제 참가 불허 결정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가해자 3인의 제명 혹은 징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극계의 엄격한 상하 관계, 도제식 교육 방식,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왜곡된 성 윤리 등 성폭력을 눈감고 강화하도록 돕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수많은 성범죄는 하나의 구조가 되었다. 2018년 문체부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전업 예술인의 76%가 ‘자유 계약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프리랜서나 비전형 노동자로 일하는 예술인들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 인권 침해를 당해도 신고할 곳도 마땅치 않으며, 특히나 가해자가 권위와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면 창작 활동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더하여 예술 활동을 증명하기 어려운 예비·신진 예술인들은 ‘예술인 복지법’과 같은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이력에 한 줄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많은 부조리를 참아야 한다.
근로 관계에 있지 않은 예술인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실제로 미술계 Y작가의 성범죄 사건의 경우 문화예술 관련 기관 내 사업을 수행하던 중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으나 진상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지원해야 할 기관이 “권한이 없다”며 별 조처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하여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이에 지난 2021년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를 보호하고 성평등한 예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예술인 권리 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생겨나고 있으나 여전히 예술계의 관행은 쉽사리 깨어지지 않는다.
80년 오월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민주 광장을 볼 때 마다 나는 일종의 무력감을 느낀다. 전두환과 그가 진두지휘한 계엄군들은 광주에서 후퇴했으나 여전히 일상의 민주화를 거스르는 작은 전두환들이 주둔하고 있다. 이런 도시의 풍경은 42년 전 연대와 평등을 외치며 군사 정권에 저항했던 그날의 외침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지난 7월 19일 광주의 여성 예술인 162명이 실명을 내걸고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지지하고 가해자 엄벌 및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모임을 결성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회견을 통해 “성폭력 생존자의 용기에 무한한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고 선언했다. 이렇듯 법과 제도를 위배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과 부조리한 관행들을 예술인들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연대로 맞서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이제는 예술계 스스로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간의 관행과 관례를 끊어내야 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3인의 연극인들은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배우들에게 수개월 동안 성폭행을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너를 키워 줄 수 있다’며 자신들이 지역 연극계에서 가진 위치와 지위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가해자 3인의 제명 혹은 징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극계의 엄격한 상하 관계, 도제식 교육 방식,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왜곡된 성 윤리 등 성폭력을 눈감고 강화하도록 돕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수많은 성범죄는 하나의 구조가 되었다. 2018년 문체부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전업 예술인의 76%가 ‘자유 계약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프리랜서나 비전형 노동자로 일하는 예술인들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 인권 침해를 당해도 신고할 곳도 마땅치 않으며, 특히나 가해자가 권위와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면 창작 활동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더하여 예술 활동을 증명하기 어려운 예비·신진 예술인들은 ‘예술인 복지법’과 같은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이력에 한 줄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많은 부조리를 참아야 한다.
근로 관계에 있지 않은 예술인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실제로 미술계 Y작가의 성범죄 사건의 경우 문화예술 관련 기관 내 사업을 수행하던 중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으나 진상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지원해야 할 기관이 “권한이 없다”며 별 조처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하여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이에 지난 2021년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를 보호하고 성평등한 예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예술인 권리 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생겨나고 있으나 여전히 예술계의 관행은 쉽사리 깨어지지 않는다.
80년 오월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민주 광장을 볼 때 마다 나는 일종의 무력감을 느낀다. 전두환과 그가 진두지휘한 계엄군들은 광주에서 후퇴했으나 여전히 일상의 민주화를 거스르는 작은 전두환들이 주둔하고 있다. 이런 도시의 풍경은 42년 전 연대와 평등을 외치며 군사 정권에 저항했던 그날의 외침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지난 7월 19일 광주의 여성 예술인 162명이 실명을 내걸고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지지하고 가해자 엄벌 및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모임을 결성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회견을 통해 “성폭력 생존자의 용기에 무한한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고 선언했다. 이렇듯 법과 제도를 위배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과 부조리한 관행들을 예술인들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연대로 맞서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이제는 예술계 스스로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간의 관행과 관례를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