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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실의 그림자들-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2년 07월 19일(화) 22:00
광주 교육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이정선 교육감이 2호 공약인 방학 중 무상 급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다. 전교조, 학교 비정규직 노조 등이 시기 상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올 여름 유치원·초등학교 돌봄교실 방학 중 급식은 시범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광주시교육청과 학교 비정규직 노조 등의 대치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 급식실에 근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학교에 갔다. 시교육청이 최근 마련한 간담회 자리였다. 앞치마에 물 묻은 손을 닦아내고 자리에 앉은 조리원은 “화장실에 가는 것도 어렵다”고 운을 뗐다. 위생 때문에 급식 도중에 화장실에 갈 수 없고 나중에 가더라도 온몸과 옷이 땀이 젖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역할 인정하고 처우 개선해야

이들이 밥하고 국 끓이고 튀김 요리하는 삶의 현장은 열과의 전쟁터다. 급식실 에어컨 온도를 가장 낮은 곳에 설정해도 체감온도는 37도라고 귀띔했다. 조리원은 그럼에도 “우리 동료 중에는 초등학교 학부모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 밥 먹인다는 마음으로 일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영양 교사는 학생들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한 학생회 간부가 “급식실에서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투표했는데 선생님께서 한 번 봐 달라”고 부탁을 해 왔다. “음식이 너무 많으니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시는 메뉴를 놓고 투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영양 교사는 “그때 영양 교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보람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회상했다. 무심한 줄 알았던 학생들이 영양 교사와 조리원 등의 존재와 수고를 인정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니세프(UNICEF) 등의 농산물 원조로 1953년부터 학교 무상 급식(빵)이 실시됐다. 70년 가까운 학교 급식 역사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가치있는 한 끼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급여를 감내하는 급식실 어머니들이 지어낸 눈물 겨운 밥을 우리 아이들이 먹고 있다. 광주 학교에는 조리사 249명과 조리원 1237명 등 모두 1487명에 달하는 급식실 근무자들이 있다. 이들은 여름·겨울 방학 3개월을 ‘보릿고개’라고 부른다. 일하는 날 만큼 급여를 받는 일할제(日割制)가 적용돼 월 평균 185∼200만 원에 달하는 기본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급식실 근무 환경은 ‘극한 직업’에 가깝다. 한국산업안전보건 연구원 리포트(‘학교 급식 조리 중 발생하는 유해 물질과 호흡기 건강 영향’)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학생들이 즐겨 먹는 계란말이, 스크램블, 삼겹살 등의 기름을 사용하는 재료 조리 과정에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증폭됐다. 일산화탄소는 최대 295ppm, 이산화탄소는 8888ppm 이상 검출됐다. 일산화탄소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규정한 사무실 내 공기 질 관리 기준(10ppm)의 30배, 이산화탄소는 기준치(1000ppm 이하)의 아홉 배에 달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일산화탄소는 체내 산소 공급을 저해하는 화학적 질식제다. 이산화탄소도 공기 중 산소량을 떨어뜨려 질식을 유발한다. 급식실 대기질은 비상한 환기 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중독 사고로 이어질수 있다는 경고다.

하지만 광주는 물론 전국에서 급식실 환기 체계가 제대로 갖춰진 학교는 드물다. 교육부가 급식실 공기질 등 환경 기준을 마련한 게 겨우 지난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급식실 근무자들은 늘 폐암과 호흡기 질환의 공포 속에서 일한다. 근골격계 질환도 끼고 산다. 수백 인분 밥을 짓는 대형 솥을 씻어내고 무거운 식재료를 운반하고 요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고질이다. 시교육청의 한 급식 업무 담당자는 “사실 급식실 근무는 남자들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철학자 김상봉 선생은 타인의 사정과 고통에 둔감한 우리를 일깨운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어낸 밥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돌이켜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이미 지나버린 과거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실현해야 할 만남의 진리를 위해서다 … 우리는 자기가 존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고통의 빛을 지고 있는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티 없는 행복을 짓밟고 서 있는가?”(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광주 학교에서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이기 위해 제살을 깎는 어머니들이 있다. 정부와 교육청에서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아이들에게 직접 밥을 먹일 수는 없다. 학교 급식은 돈으로 해결되는 일처럼 보이지만 결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급식실 어머니들의 젖은 손을 잡아 줄 때만이 가능하다. 그래야 광주시교육청이 시행하려는 유·초등학교 돌봄교실 방학 중 전면 무상 급식도 자연스레 정착될 것이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