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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새겨진 역사-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2년 07월 04일(월) 00:10
우리나라에서 수천 년 전 매장된 인골(人骨)이 발견된 사례는 흔하지 않다. 대부분 토양이 산성이어서 인골이 온전히 보존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다.

전남 지역에서는 주목받는 인골 연구 결과가 종종 제시되기도 했다. 동신대 문화박물관이 2006년 발굴한 나주시 영동리 고분군의 인골 20여 구가 대표적이다. 5∼6세기에 조성된 무덤에서 발굴된 이들 인골을 토대로 복원한 모습이 ‘마한인’(馬韓人)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인골 가운데 보존 상태가 양호한 뼈 아홉 개체를 분석한 결과 벼·보리·콩 등 작물 위주의 식사를 했고, 육상 육류를 섭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마한인의 식단을 추정해 볼 수 있는 자료다.

국립광주박물관이 2007년 발굴한 여수 안도 패총 인골은 6000년 전 남해안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단초가 됐다. 이들의 뼈를 분석한 결과 일종의 잠수병인 외이도골종(外耳道骨腫)이 발견됐다. 수압으로 뼈에 생긴 염증이 경화하면서 외이도 일부가 좁아지는 질병이다. 남해안 신석기인이 잠수를 통해 물고기와 패류를 채취했다는 증거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은 서기 300~500년 조성된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유하리 패총 두 곳에서 발굴한 인골 27개체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의 치아 샘플에서 DNA를 추출한 뒤 염기 서열 정보를 게놈 해독기로 분석한 결과 여덟 명 중 여섯 명은 현대 한국인, 고훈시대(古墳時代: 서기 3~7세기) 일본인, 신석기시대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가까웠다. 나머지 두 명의 게놈은 큰 틀에선 한국계이지만 현대 일본인, 조몬계(기원전 1만 년~기원전 300년) 일본인과 상대적으로 더 밀접했다. 과거 한반도에 거주하는 인구 집단이 그만큼 다양했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발굴된 인골 샘플이 적은 탓에 학문 발전도 지체됐다. 지난 1월에야 인골과 미라를 학술적으로 연구·보관할 법적 근거(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가 마련될 정도다. 때늦었으나 이 법을 토대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한반도 고대인들의 삶과 생활상이 밝혀지고 관련 학문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