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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삶-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2년 06월 17일(금) 00:15
‘500차 원불교 생명평화 탈핵 순례 기도’가 오는 6월 20일 영광군청과 한빛 핵발전소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명을 다한 핵발전소의 위험을 알리고 핵사고의 예방 및 안전 감시 활동을 이어 온 지 어느덧 10여 년이 된 것이다.

한국전쟁 고아의 대모라고도 할 수 있는 황온순 여사가 젊은 시절 스승이신 소태산 대종사(박중빈 1891~1943)를 모시고 소풍을 간 적이 있었다. 길을 가다 냇가를 만나게 되었는데 때는 초여름이라 얼굴에 땀이 나고 하던 차에 냇물을 만나니 반가워서 발도 담그고 세수도 하였는데 이를 본 대종사는 호통을 치셨다. 흐르는 냇물을 함부로 쓰지 않는 것과 아껴 쓰는 것에 방법이 다를 리 없지만 귀한 줄 모르는 마음을 경계한 호통이라 생각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물 부족 국가가 된다 하니 ‘물 쓰듯 한다’는 말의 의미까지 바뀌게 될 형편이다. 인간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함부로 대하다가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마침내 우리의 삶까지도 위협받게 되었다. 함부로 사용한 과보(果報)를 받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너무 많이 생산하고, 너무 많이 소비하면서 살아 왔다.

흔하다는 물만 함부로 쓴 것이 아니라 귀하다는 밥도 함부로 하고 있다. 아직도 세계 도처에서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생명이 수없이 많다. 유니세프의 보고에 의하면 8초에 한 명씩 어린이가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간다. 북한 또한 몇 년째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먹다가 버리는 음식물이 1년에 수조 원어치나 된다고 하니 이러고도 우리가 사랑을 말하고 자비를 말할 수 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호화·사치로 낭비되는 소비 문화가 정도를 지나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수입 사치성 물품이 엄청나다고 한다. 그로 인하여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상상도 못 할 정도라고 한다. 물을 함부로 하고, 밥을 함부로 하고, 에너지를 함부로 하는 우리들의 살림살이가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인지 염려가 된다. “살림을 살려서 쓴다”는 말이 있다. 함부로 하지 말고 귀하게 쓸 때 살림이 된다. 전기만 해도 그렇다. 전기는 우리들의 필수 에너지다. 전력이 부족하면 생산 현장은 물론 모든 생활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 전력이 우리의 삶의 터전인 국토를 얼마나 위협하는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력의 공급은 대부분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다. 이런 발전소가 갖고 있는 위험성은 세계적 관심거리다.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하는 화력 발전도 공해의 문제가 있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화약고와 같은 위험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정성 문제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더욱 심각한 문제로 확인되고 있고, 유럽 일부 국가는 가동을 중단하기로 정책을 확정하기도 했다. 이들 나라가 원전 가동의 시한을 정하여 제한 조치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전을 계속 증설할 것인지, 아니면 획기적인 절전 운동을 추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위험이냐 안전이냐의 선택이나 다름없다.

거리는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구가 그로 인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대량 소비문화, 거대주의의 문화에서 내면적이고 소박한 문화로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종교 단체들이 이러한 일에 관심을 기울여 새로운 문화 풍토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화려하고, 외향적이며 소비적인 문화에서 내적이고, 소박하며 의미 중심적인 문화로 전환하고 소유의 양을 중시하던 문화에서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