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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광주를 떠나는 이유-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2022년 05월 03일(화) 00:30
소설 ‘표백’으로 청년 문제를 생산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통찰했던 장강명은 4년 뒤 ‘한국이 싫어서’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20대 후반의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전개하는 이 소설은 익숙한 불행과 낯선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던 청년들의 문제를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젠 소설의 바깥을 한 번 봐 보자.

지난 2월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 동향’을 보면 20~29살 청년이 지난해에만 광주에서 2644명, 전남에서 9256명 등 총 1만 1900명이나 타 지역으로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에서는 2018년 3361명, 2019년 2588명, 2020년 2679명 등 유출 인구가 감소·정체 상태지만, 전남은 2018년 7983명, 2019년 8522명, 2020년 1만 944명으로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이른바 청년들의 ‘탈(脫)지역 현상’ 이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탈지역 현상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바로 일자리다. 광주의 20대 고용률은 2018년 54.6%에서 해마다 하락해 2021년에는 49.6%로 집계됐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광주시는 지역 주도형 노사 상생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었다. 광주형 일자리의 모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1대 대표이사로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전문성 부족 등 자질 논란 등으로 선임부터 지역 사회의 반대에 부딪혔으나 주주들은 ‘노사 상생을 통한 원만한 노사 관계 유지’ ’성공적인 공장 건설 완료’ ‘캐스퍼 성공 양산’ 등을 현 경영진의 성과로 평가했다. 면피용 행정이라는 비판에도 여전히 재선임되어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30일 조선대 공연무용예술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가 강의 전담 교원 채용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A씨는 공채 당시 한 교수를 통해 3억 원의 발전 기금을 내면 채용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당일 기자회견에 광주청년유니온도 참여했다. 하지만 국내 최초 민립대학을 자처하는 조선대학교에서 이 채용 비리에 책임 있는 교수진은 단 한 명도 자리하지 않았다. 지방 대학의 위기를 주장하며 재정 지원을 이야기하나 정작 자신의 치부에는 침묵한다.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인프라 구축 등도 수도권에 50% 이상이 집중된 상황에서 광주는 일자리도, 재미도 없는 도시다. 과연 복합 쇼핑몰을 건립하여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유잼’ 도시로 탈바꿈하는 길일까,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청년을 오로지 실업률이나 고용 지표로만 해석하려는 것이 청년 정책이 부실한 이유다. 청년들의 다양한 위치성을 해석하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

청년을 생애주기별로 분류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을 하는 청년부터 노동 시장 바깥에 있는 청년들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소비 중심의 정주 여건이 아닌 졸업 이후 마땅한 공동체가 없는 청년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공익적 청년 공동체를 지원하는 대책 또한 필요하다.

인구 절벽 시대, 지방 소멸론 등의 경고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진단과 논의에도 이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낮은 출생률도 한 원인이겠지만 현재 있는 청년들마저 떠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80년 5·18의 정신은 연대였다. 가난하고 차별받았던 이들과 그렇지 않았던 이들이 연대하여 군부의 총칼에 저항했다. 그 역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연대의 정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광주에는 주먹밥 정신이 필요한 곳이 여전히 많다. 장애인 인권을 외치며 광주시청 앞에서 전진대회를 열었던 장애인 시민들이 그러했고, 편법 고용과 해고의 칼바람 앞에 맞섰던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그러했다. ‘민주 인권 도시’ 슬로건이 부끄럽지 않도록, 익숙한 절망에 광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없도록 우리는 지역 사회의 노동 인권 문제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