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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도날드-한은형 지음
2022년 04월 30일(토) 08:00
백수린 소설가는 이 작품에 대해 “나는 이 잘 읽히는 소설을 아끼는 사탕을 녹여 먹듯 천천히 읽어야 했다. 그녀가 못내 사랑스러워서. 그녀의 삶이 너무 애틋해서”라고 평했다. 한은영 작가의 장편 ‘레이디 맥도날드’에 관한 언급이다.

2012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2015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한은형 작가의 이번 장편 ‘레이디 맥도날드’는 실제보다 더 사실적인 내용을 그린 소설이다. “화가의 문체와 철학자의 상상력”이라는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표현처럼 작품은 깊은 사유와 그리고 그리듯 풀어낸 문장이 묘미를 선사한다.

소설은 지난 2010년대 초 언론에서 소개해 반향을 일으켰던 ‘맥도날드 할머니’를 모티브로 한다. 매일같이 트렌치 코트를 차려입고 정동 맥도날드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노숙인이 등장한다. 부족한 생활비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방송국 PD에게 호텔에서 음식을 대접해달라고 부탁하는 할머니는 ‘허영심에 빠져 현실파악을 하지 못하는 인물’ 그 자체였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할머니를 재해석한다. 혹여 그 할머니는 비루한 일상에서도 나름 생활을 아름답게 일궈나가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가 그린 할머니는 창작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가상의 인물이다. 물론 방송 내용이 어느 정도 밑바탕이 됐지만, 이를 뛰어넘어 보다 입체적인 ‘김윤자’라는 인물로 형상화됐다.

할머니는 ‘레이디’로 불려야 마땅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고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소설은 숨을 멈춘 후에도 쓰러지지 않고 꼿꼿이 앉아 있는 죽음을 통해 김윤자의 성정을 극명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그녀가 죽기 직전 일 년의 삶을 되짚어가며 말년을 이해할 열쇠를 조금씩 풀어낸다.

<문학동네·1만4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