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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나무와 숲이 건네는 지혜에 답 있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나무의 긴 숨결
페터 볼레벤 지음, 이미옥 옮김
2022년 04월 23일(토) 18:00
올 봄에도 어김없이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3월 울진과 삼척의 산불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최장 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이로 인해 2만여 ㏊, 축구장 약 5000여 개가 넘는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건조한 기후와 울창한 숲이 산불의 피해를 키웠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바람이 불면서 산불이 확산된 점도 한 요인이다.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수십 년 가꿔온 소중한 산림자원이 한 순간의 실수로 또는 적절치 못한 방식의 육림으로 화마를 입었다. 다음의 내용을 보면 밀집의 폐해를 짐작할 수 있다.

“대량 사육하는 동물처럼 대규모 농장에서 자란 자무는 쉽게 병에 걸리며 이러한 질병과 자연재해로 인해 항상 대대적인 결손이 생겨난다. 또한 ‘대량으로 나무를 키우는 농장’에서 나온 목재의 품질은 원시림에서 자라는 나무의 품질에 비해 뒤떨어진다.”

기후 변화에 직면한 나무와 숲 위기를 조명한 책 ‘나무의 긴 숨결’은 나무라는 존재의 가치와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독일 출신으로 ‘숲 사용 설명서’,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등을 펴냈던 페터 볼레벤이 저자다. 현재 그는 숲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원시림의 복구, 자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집필과 강연을 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중요한 일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 있다. 어떤 기술과 노력보다 뛰어난 효과를 창출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나무는 인류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그러한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작용은 나무 종류에 따라 대응하는 양상이 다르고 같은 수종이라도 다르게 반응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한마디로 나무와 숲에 대해 무지하다. 가뭄에 대처하는 나무의 모습을 보면, 나무를 일컬어 ‘지혜의 존재’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건조하고 더운 여름이 되면 나무는 적잖은 난관에 직면한다.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광합성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나무는 잎 부분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을 닫아 여름을 견딘다. 구멍으로 숨을 쉬면 수증기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뿌리가 공급할 수분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면 잎의 수많은 입을 통해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이다. 즉 나무는 스스로 입을 닫아버리는 방식을 통해 비축한 영양물을 섭취하며 겨울을 대비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가뭄이 지속되면 다른 방식을 도모한다. 다름아닌 잎의 일부를 떨어뜨리는 것. 그것도 뿌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쪽부터 잎을 버림으로써 스스로 활동을 중단한다. 외견상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겨울이 오기 전까지 활동을 줄여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무는 인간들처럼 후손을 위해 정보를 기록한다. 이러한 일은 바로 유전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뮌헨 공과대 과학자들은 오래된 포플러를 통해 나무들이 경험을 전달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예로 수령이 330년 넘은 나무는 온도 등 환경 변화에 적응했고 이는 고스란히 어린 나무의 유전자에 기록돼 있다는 것을 말이다.

“멀리 떨어진 가지에 달려 있는 잎을 조사해보면 안다. 가지는 매년 점점 길어지고 이로써 나이를 더 먹는다. 가장 오래된 부분은 줄기 가까이에 있고 가지는 줄기에서 밖으로 뻗어나가며 가장 어린 잎은 나무 꼭대기에 있다.”

기후 변화는 숲의 위기로 전이된다. 과거에는 어떤 나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문서화를 통해 기준을 삼았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기준과 표준을 쓸모없게 만들어 버렸다. 미리 대비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 위험에 대비한 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숲이 저항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듯 나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숲의 운명과 인류의 운명은 직결된다. 오늘날 심화되는 기후 위기는 인간과 나무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나무가 스스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과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숲에 개입하는 그 어떤 행위도 이 같은 생태계를 퇴보시키며 나무 스스로 새로운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것도 방해한다.” <에코리브르·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