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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와 사르트르
2022년 01월 28일(금) 03:00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와 축구 황제 펠레(1940~)가 만날 뻔했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강연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한 사르트르 일행은 경기장으로 향하던 펠레와 우연히 마주쳤다. 먼저 펠레를 알아본 동료 학자들이 사인을 받으러 몰려가자 사르트르는 홀로 남게 됐다. 갑자기 ‘거리의 단독자’가 된 순간, 세기의 대철학자 사르트르는 정규 교육이라고는 4년 밖에 받지 못한 청년 펠레에게 ‘의문의 1패’를 당했다. 둘이서 마주친 그 장소에는 ‘펠레-사르트르 코너’라는 이름이 붙여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는 명제를 통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영위하는 존재가 진정한 인간이라고 했다. 또한 본질은 어떤 것이 존재하는 이유나 목적을 말하는데, 인간은 본질 없이 그냥 존재하며 오히려 본질을 만들어 간다고 했다. 인간은 그 자체가 자유이며, 자유롭다는 말은 곧 인간의 행위가 자유롭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자유로운 인간이 기계처럼 움직일 때 혐오와 ‘구토’를 느낀다고도 했다. 사르트르는 자유로운 인간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무대가 바로 스포츠 경기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축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나 장 지로두 등과 함께 축구를 철학과 문학의 소재로 적극 활용했다. 사르트르는 브라질 방문 중 갑자기 마주친 펠레의 존재로 인해 혼란스러움을 느꼈는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축구에서는 상대방의 현존으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된다.”

프랑스 축구 리그1에서 뛰는 보르도의 황의조가 스트라스부르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시즌 9호 골과 함께 통산 27골을 넣어 아시아 선수 최다 득점 기록까지 세웠다. 이렇게 되자 보르도 구단은 황의조를 ‘이적 불가 선수’로 선언했다. 사르트르의 표현대로 메시·호날두·레반도프스키 같은 슈퍼스타의 현존은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제부터는 황의조를 상대하는 팀 역시 혼란스러울 것 같다. 황의조는 이번 시즌 9골을 기록, 프랑스 리그1에서 함께 뛰고 있는 발롱도르 7회 수상자 메시가 넣은 1골에 비해 무려 9배나 많은 골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