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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기담 수집가 - 윤성근 지음
2022년 01월 08일(토) 19:00
“책을 읽고 힘을 얻은 건 사실이예요.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여자 혼자 여행을 한다는 건 단순히 용기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예요.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때, 저는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즉시 짐을 챙겨 여행을 떠난 것 처럼 조금 멋을 부렸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한달 넘게 고민했어요. 책 속의 결정적인 한 문장이 아니었다면 저는 결국 고민만 하다가 끝냈을 거예요. ‘자연은 홀로 있는 사람에게만 그의 내밀한 속삭임을 들려준다’. 저는 이 문장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답니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는 절판된 책을 찾아주는 대신 이들의 사연을 수집해온 사람의 이야기다. 헌책방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저자 윤성근이 주인공으로, 10년 넘게 고객들이 가져온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책을 찾아줬다. “오래전 절판된 책인데 찾을 수 있을까요”라는 손님에게 그는 “해봐야죠. 대신 수수료는 왜 그 책을 찾으시는지, 책과 얽힌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중고책을 사고파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저자의 ‘본업’은 책에 얽힌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다. ‘사랑’, ‘가족’ 등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그렇게 모인 사연 가운데 가려 뽑은 스물아홉 편을 통해 감동과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특별한 여정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지닌 매력은 사연들이 단지 회고적이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때론 무섭기도 하고, 때론 맥이 탁 풀릴 정도로 황당하기도 하다. 책 제목을 ‘헌책방 사연 수집가’가 아닌 ‘헌책방 기담 수집가’로 붙인 이유다. 책에 얽힌 사연과는 별도로 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처럼 흥미롭다. <프시케의 숲·1만5000원>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