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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우주시대 누리호, 30년 노력의 결정체였다
독자연구·개발 75t급 액체엔진
세계 7번째 중대형 엔진 보유국
3단로켓 설계 제2발사대 설치
내년 5월 누리호 2차 시험발사
2021년 10월 27일(수) 00:45
누리호에 장착된 75t급 액체엔진의 연소 시험 장면. <항우연 제공>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비록 ‘한 끗’ 차이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지만, 30년동안 발전해 온 한국 우주 산업의 위상을 보여줬다.

누리호는 지난 21일 오후 5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으나, 3단부 로켓 엔진이 예정 시간(521초)보다 46초 일찍 꺼지는 바람에 탑재한 시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데는 실패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3단부 로켓의 산화제 탱크 내부압력이 일찍이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짚었다.

임무를 완수하진 못했지만, 누리호가 이룬 성과는 크다.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누리호 1·2·3단부 로켓을 만들어냈으며, 자체 개발한 75t급 엔진을 장착한 1~2단부 로켓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해 줘 의의가 크다.

한국은 지난 1993년 6월 4일 발사된 액체추진 로켓 과학로켓(KSR) 1호부터 시작해 30여년 동안 꾸준히 발사체를 개발해 왔다.

우주 선진국보다 40여년 늦은 출발이었음에도 발전 속도는 더뎠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국제적으로 기술 이전, 정보 공유 등이 제한된 탓이다.

미사일 기술은 세계 34개국이 가입한 미사일 기술 확산 방지 조약 ‘MTCR’(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기술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발사체 기술은 미사일 기술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8년 전 나로호 발사 성공 당시에도 제약은 많았다. 러시아는 1단 로켓 완제품 3기를 제공했으나 기술 이전에는 미온적이었다.

이에 한국은 자체적인 75t급 액체 엔진을 개발해냈다. 누리호는 지난 2010년부터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라 3단계로 나눠 개발됐다. 1단계는 2010년 3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진행됐으며, 7t급 액체 엔진 개발 및 지상연소시험 액체 엔진 시험설비 구축이 목표였다. 예산은 5008억원이 소요됐다.

2단계는 2015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이어졌다.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를 구축하고 75t급 액체 엔진을 개발, 인증 및 시험발사체 발사까지 완료하는 일이었다. 시험발사체는 지난 2018년 11월 28일 성공했으며, 예산은 8020억원이 들었다.

지난 2018년 4월 시작된 3단계는 오는 2022년 10월까지 계속된다. 75t급 엔진 4기를 활용한 클러스터링 기술을 개발하고, 한국형발사체를 2회 발사하는 게 목표다. 지난 21일 발사된 게 1차, 오는 2022년 5월 발사되는 게 2차다. 예산은 6544억원이 들어갔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75t급 액체엔진=누리호에 장착된 75t급 액체엔진은 온전히 우리나라가 연구·개발한 결실이다.

액체엔진은 케로신 등 액체 연료를 활용하는 엔진이며, 고체 엔진은 고체연료를 활용한다. 액체 연료는 보관 기간이 짧아 우주 발사체 외 다른 용도로 쓰기가 어렵지만, 고체 연료는 장기 보관이 가능해 미사일 등 타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제한돼 왔다. 또한 액체엔진은 추진체 유량을 조절해 가속도를 높이고 낮출 수 있다. 반면에 고체엔진은 한번 불이 붙으면 완전히 연소될 때까지 조절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이유로 한국은 액체엔진을 바탕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해 왔다.

로켓 엔진은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추진력을 얻는다. 1단부 로켓은 지상의 비교적 높은 대기압과 중력을 이겨내야 하는 만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300t급 엔진을 새로 개발하기보다 완벽한 75t급 엔진을 개발, 4기를 묶어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2018년 한국은 자체개발 75t급 액체엔진을 장착한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 보유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복잡한 엔진 구조도 완벽하게 작동=액체엔진은 상단부부터 차례대로 산화제 탱크, 연료 탱크, 엔진 순서로 구성됐다. 산화제는 공기가 희박한 상황에서 연소 작용이 쉽게 일어나도록 돕기 위한 재료로, 누리호에서는 액체 산소가 쓰였다. 연료는 항공유로 주로 쓰이는 케로신이 사용됐다.

액체엔진이 작동되는 방식은 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먼저 ‘시동’ 전기 신호를 받은 파이로 시동기(pyro starter)가 고체연료를 태우면, 연소 과정에서 가스가 생성된다. 가스는 터보 펌프에 전달돼 터빈(회전 기관)을 돌려 시동을 건다. 터보 펌프는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한다. 연료의 일부는 가스 발생기로 공급돼 역시 시동을 건다.

가스발생기는 연료를 태워 터보 펌프를 구동시키는 고압 가스를 만들어낸다. 터보 펌프가 연료를 태우면, 그만큼 가스 발생기는 터보 펌프를 작동시키는 가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엔진이 작동된다.

산화제를 쓰면 쓸수록 산화제 탱크는 빈 공간이 많아져 압력이 줄어들게 돼 있다.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화제 탱크에는 헬륨가스가 대신 채워진다.

또한 100분의 1초 단위로 밸브가 열리고 닫히며, 부품이 가동되면서 연소 시간을 조절한다. 엔진 종료 시 잔열로 연소기가 과열되지 않게 하고, 열에 의한 구조적 팽창 및 수축, 압력에 의한 비틀림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파이로 시동기, 터보 펌프, 가스 발생기 등 모든 기술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액체로켓엔진이 제대로 작동한다.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다고 해도, 연료를 태우는 과정이 불안정하면 모두 허사다. 또 누리호는 개별적인 엔진 4기를 묶어(클러스터링) 만들었으므로, 수평 균형이 맞지 않으면 엔진이 서로 간섭하고 영향을 미친다.

75t급 액체 엔진 4기가 묶여(클러스터링) 있는 모습.<항우연 제공>
◇노즐 크기까지 ‘정확도가 생명’=1단 엔진과 2단 엔진은 동일한 75t급 액체엔진을 활용하지만, 뿜어져 나오는 불꽃의 세기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노즐(유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계 부품)의 팽창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노즐은 로켓 하단부에서 불꽃을 뿜어내는 종 모양의 관에 해당한다. 팽창비는 노즐 입구와 출구 단면적간 비율을 뜻한다. 팽창비가 조금만 달라져도 발사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노즐 배기가스 압력은 주변 대기압과 같을 때 최대 효율이 나온다. 2·3단은 대기압이 훨씬 낮은 곳에서 작동하는 만큼 엔진의 출력도 낮게 조정해야 한다. 이를 조정하는 것이 노즐 팽창비이다.

각 로켓 노즐 팽창비는 대기압이 더 낮은 곳에서 작동할수록 더 크게 설정됐다. 1단부 로켓의 노즐 팽창비는 12, 2단부 로켓은 25의 팽창비를 갖는다. 3단부 팽창비는 94.5에 달한다.

이 차이로 2·3단부 로켓은 주변이 진공인 상태에서 작동하는 ‘진공 엔진’으로 불린다.

개발진은 설계를 12차례 바꾸고, 75톤급 액체엔진 33기를 총 184회(누적연소시간 1만 8290초) 연소 시험해 최적의 엔진을 만들어냈다.

◇누리호만을 위한 새 발사대 구축=나로호 발사 당시 제작했던 제1발사대는 누리호와 호환이 되지 않았다. 나로호는 2단 로켓으로 구성됐지만, 누리호는 3단 로켓으로 설계된 탓이다.

이에 고흥 나로우주센터에는 누리호를 위한 제2발사대가 설치됐다. 제1발사대가 러시아로부터 도면을 입수해 만들어졌다면, 제2발사대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냈다.

일단 규모부터 다르다. 제2발사대는 건축 연면적이 6000㎡로, 제1발사대 3300㎡의 2배에 가깝다. 제2발사대에는 높이 45m 엄빌리칼(umbilical·탯줄) 타워가 설치됐다. 발사대에서 발사체에 곧장 연료와 산화제 등을 공급하는 장치다.

타워에는 발사체 이륙 시 지상설비와 간섭을 회피하는 지상고정장치(VHD), 상단 엄빌리칼 접속 장치의 후퇴 기능도 장착됐다. 제2발사대에서는 노즐 4기가 설치돼 발사체 1단에 초당 1.8t의 냉각수를 분사한다. 제1발사대가 초당 0.9t의 냉각수를 분사하던 것보다 두 배 강력한 장치가 설치된 것이다.

제2발사대는 오는 2022년 5월 누리호 2차 시험발사는 물론 2027년까지 이어지는 4차례 발사에서도 꾸준히 활용될 예정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