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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고장이 있겠는가”-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1년 10월 22일(금) 06:00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박중빈 1891~1943)는 이 땅에 새 회상(會上)을 건설하기 위하여 그 첫 사업으로 저축조합운동을 시작하셨다. 1917년 원불교 성지인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의 농촌은 끼니를 갈망하기 어려운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 구인 제자(소태산 대종사의 첫 표준 제자 아홉 사람)들 역시 이러한 형편에서 크게 다를 바 없는 처지였고 저축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종사는 제자들을 향하여 “현금(現今) 생활이 모두 무산자의 처지에 있으니 의복 음식과 기타 각 용처에 특별한 소비 절약이 아니면 단 기원의 자금을 판출(辦出)하기가 어려울 것이다”며 저축운동의 성공을 위해서는 ‘특별한 인내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제군 가운데 술과 담배를 먹는 자 몇이나 되는고?” “그것이 아니면 생명을 유지에 혹 고장이 없을 것인가?”라고 물으셨다.

이러한 질문은 의복과 일상생활 그리고 직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활을 되돌아보도록 하면서 저축의 길을 일깨워 주셨다. “생명에 고장이 있겠는가?” 하는 물음을 되뇌어 가며 절약을 하고 보니 그 가난한 살림들 속에서도 몇 달 만에 적지 않은 자금을 모을 수가 있었고 이 자금을 토대로 바다를 막아 논을 이루는 방언(防堰) 공사를 이루었다. 저축조합의 정신은 교단 경제의 초석이 되었을 뿐 아니라 70년 교단사의 맥을 이루는 중요한 정신으로 이어왔다.

그러나 요즘 능률, 보장, 편리라는 말들이 강조되면서 절약은 난센스로나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절약이란 불편한 일이고 때로는 비능률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편리나 능률을 앞세운 나머지 물자를 소홀히 다루는 일은 크게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대종사께서는 흐르는 물도 아껴 쓰라고 가르치셨고 헌종이 한 장, 노끈 하나도 잘 두었다가 쓸모 있게 사용하셨다고 한다. 물자를 아끼는 일은 경제력을 기워나가는 일일 뿐 아니라 자원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도 깊이 관심 가져야 할 문제이며 특히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얼마나 절실한 일인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처지에 직면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짊어진 외채는 1000조 원, 한 가정 4인 기준 8000만 원이나 된다고 한다. 가계부채도 늘어 부채 대국, 부채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크게 우려할 바가 아니라고 하지만 국제 수지의 적자폭이 늘어나는 실정에서 결코 낙관만 할 수는 없어 보인다. ‘빚 살림이란 옛날부터 남의 살림’이란 말이 있다. 기를 쓰고 벌어 보았자 이자를 주고 나면 다시 처지는 것은 빚뿐이란 말이다.

이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는 길이란 생산을 높이고 소비를 줄이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투자가 적절치 못하여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형편에서 우리가 선택할 하나의 길이란 특별한 결심과 특별한 인내로 소비 절약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도도한 소비의 물결, 허영의 풍조들을 되돌려 좀 더 실속 있고 사려 깊은 생활로 이끌어가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온정의 세계, 동고동락의 균등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일의 첫걸음은 특별한 인내와 결심으로 불편을 감수하며 부지런히 일하며 덜 먹고 덜 쓰는 근검절약의 길이라고 본다. 소비 절약이야 있는 사람이 먼저 본을 보이고 지도층이 먼저 본을 보여 가며 전 국민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되겠지만 우선 종교인부터 앞장서서 실천하고 촉구하여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한다.

결단이 요청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종사가 물으신 “생명에 고장이 없겠는가?” 하신 말씀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며 불필요한 낭비는 없는가를 반성하여 보자. “이 세상에는 모든 사람이 살아가기에 충분한 자원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욕망을 채워 줄 물질은 없다”고 한 간디의 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근검을 통해 자립을 찾고 힘을 합하여 부조(扶助)하고 자원을 아껴 환경을 보호해 나가는 새로운 생활공동체 운동을 일으켜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