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들고 한 귀농···아열대작물로 8년만에 10억 매출
<14> 담양 농업법인 ‘꿈에그린농장’ 고재규 씨
귀농 8년 차, 10억대 매출
패션프루트·여주 등 건강식품 판매
재배 이상으로 중요한 건 판매·유통
온라인 판로 개척 매출 증대로 이어져
귀농 8년 차, 10억대 매출
패션프루트·여주 등 건강식품 판매
재배 이상으로 중요한 건 판매·유통
온라인 판로 개척 매출 증대로 이어져
![]() 귀농 8년 차 고재규(43)씨가 지난달 27일 담양군 수북면 자신의 농장에서 아열대과일 백향과를 들어보이고 있다./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
고재규(43)씨는 귀농 8년 차 농업인이다. 담양에 ‘꿈에그린농장’이라는 농업법인을 세우고 직원들과 함께 농작물 재배, 수확, 선별, 가공, 포장, 판매한다. 주재배 작목은 패션푸르트(Passion Fruit). 100가지 향이 난다고 해서 백향과(百香果)라고도 불리는 아열대 과일이다.
지난달 27일 찾아간 고씨의 하우스농장과 가공시설에서는 백향과 막바지 수확 작업과 선별, 분류,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꿈에그린농장이 취급하는 품목은 10여가지 안팎. 백향과, 백향과청, 여주즙, 여주환, 여주티백차, 우엉차, 돼지감자차, 메리골드차, 호박즙, 담금주꾸러미(키트) 5종 등이다.
제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팔려나간다. 온라인 판로는 그가 세운 농업법인의 온라인 쇼핑몰, 쿠팡, 네이버쇼핑, 위메프, 티몬, 옥션 등이다. 광주신세계백화점, 수북농협, 고서농협 로컬푸드매장, 담양농협, 동광주농협, 서광주농협, 평동농협 등이다. 농장 대표 고씨와 직원 7명이 작물재배와 수확·선별·가공·포장, 거래처 관리 등 농장 업무를 함께 돌본다. 지난해 그가 올린 매출은 약 10억원. 올해 목표는 매출 15억원이다.
고씨는 귀농 전에도 나름 성공한 사업가였다.
아쿠아락(aqua樂)이라는 이색 식당 체인을 광주에서 창업하고 운영했다. 군 제대 후 사회복지관에서 잠시 일 한 뒤 2007년 창업했다. 광주 상무지구 5·18기념공원 부근에 80평짜리(264㎡) 첫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5년여간 체인점을 11개까지 늘릴 정도로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전체 식당 매출이 많을 땐 연 25억원을 찍을 정도였고 돈도 제법 만졌으나 그는 2013년 돌연 사업을 정리했다.
“5억원가량을 투자해서 풍암동에 문을 열었던 매장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단골손님 일행에 청소년이 끼어있었는데 미처 확인 못 하고 주류를 팔아 3개월 정지를 당했어요. 매출은 안정적이었으나 위험요소가 많고, 돈만 너무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식당 체인을 정리한 그는 인생 2막으로 농업을 택했다. 공동체에 더 이익이 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건강식품이었다고 한다. 건강식품 재배와 가공에 뜻을 품은 그가 선택한 귀농 지역은 담양이었다. 그가 나고 자란 장성이 아니었다.
“사업을 정리한 뒤 무작정 담양으로 내려와 여주를 심었습니다. 귀농지를 장성이 아닌 담양으로 택한 것은 처음부터 판로를 염두에 뒀기 때문입니다. 재배 이상으로 중요한 게 판매, 유통이라는 생각이 컸고 관광지로서 담양의 가능성을 눈여겨봤습니다”
귀농 첫해 그는 금성면에 터를 잡고 여주를 심었다.
여주는 1년생 덩굴식물로 열매와 잎을 가공해 건강식품으로 주로 판매한다. 생김새는 덩굴에 매달린 오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잎, 열매의 추출물은 위통, 열, 관절염, 당뇨, 고혈압 치료 등에 복용한다.
그가 여주 재배를 시작하던 때는 각종 매스컴에서 여주가 당뇨를 비롯한 성인병에 좋다고 조금씩 알려지던 시기였다. 4000평가량 땅을 빌려 인부를 사서 여주를 무더기로 심었다. 봄에 심었던 여주를 가을에 수확해보니 2t쯤 됐다. 애초 심을 땐 수확량이 15t은 되겠거니 했으나 우박과 장맛비, 폭우, 병해충을 맞다 보니 수확량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수확한 여주를 후배시설로 가져와 씻고 말렸다. 그러고는 우여곡절을 거쳐 전량을 여주즙으로 만들어 팔았다. 인건비와 박스제작비, 물류비, 온라인홍보비 등을 제하면 이익금은 미미했지만 직접 재배한 작물을 가공해 모두 팔았다는 데서 자신감을 얻은 시기였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작두콩 재배에 나섰다. 비염에 좋다는 말이 퍼져 작두콩이 잘 나가던 때였다고 한다. 또 그다음 해인 2016년에는 나뭇잎을 차로 마시는 그라비올라를 심었다. 잎과 줄기, 열매가 천연 항생제로 암 예방 효과로 알려진 아열대작물이다. 잎과 줄기, 열매 뿐 아니라 모종을 화분에 넣어 판매했다.
그라비올라 재배 2년 차 이던 2017년 봄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한낮 하우스농장에서 작업하던 중 우박이 쏟아진 것이다. 탁구공만 한 우박은 하우스농장의 3중 비닐을 뚫고 끝도 없이 쏟아졌다. 쑥쑥~. 핑핑~. 하늘에서 떨어진 우박이 하우스 철골 구조물에 부딪힌 소리, 비닐을 뚫고 작물을 스쳐 땅에 처박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인부들과 함께 저마다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뒤집어쓰고 30여분간 꼼짝없이 숨어야 했다.
“우박이 폭탄처럼 쏟아졌어요. 시설과 작물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들지 않았고 머리나 몸에 맞으면 인부들이 큰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우박 떨어지는 소리가 그치고 고개를 들어보니 우박 무게를 이기지 못한 하우스 는 주저앉았고 작물은 찢기고 차는 부서지고…. 자연이 무섭다는 걸 그때 제대로 알았습니다”
잠시 농사를 접고 쉬던 2018년 여름. 고씨는 아내 박지영(38)씨와 아들 고유한(8)군과 함께 떠난 가족 여행에서 백향과를 만났다. 베트남의 어느 야시장에서 맛본 백향과 주스를 맛보고 감탄한 뒤, 담양으로 돌아와 백향과 재배에 뛰어든 것이다. 담양의 선도농가에서 백향과를 사들여 하우스에 100주가량을 우선 심었다.
첫 수확은 2019년 1월이었다. 목표는 1t이었으나 실제 수확한 것은 500㎏. 1㎏에 1만3000원 수준으로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이듬해엔 재배 면적을 늘려 담양읍과 수북면의 약 2400평 규모 농장에서 재배를 이어가고 있다. 작물 재배와 동시에 그는 판매 제품 다각화에도 힘을 쏟는 한편 가공시설도 갖췄다.
“수확한 과일을 가끔 공판장에 출하했지만, 제값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체 쇼핑몰을 갖추고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농협, 로컬푸드 매장, 백화점, 각종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귀농 8년 차, 연매출 15억원 달성을 눈앞에 둔 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작물 재배는 기본이고 판로 다각화, 시대 흐름에 따른 작목 변화가 주효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집에 가져가는 수익을 최소화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이익금을 사업에 재투자하지 않았다면 사업은 제자리를 맴돌았을 겁니다”
귀농 후배들에게는 “먼저 농사로 성공한 선도 농가를 찾아가 배워라. 생각에 그치지 말고 조그맣게라도 시작해봐라. 젊은이들은 죄다 서울로 올라가는데, 같은 열정과 노력이라면 농촌에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조언하면서 “뜻과 열정이 있는 예비 귀농인이라면 저희 농장에 얼마든지 찾아와도 좋다”고 말했다.
농업과 농촌에 뿌리를 내린 고씨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농작물 재배, 가공, 판매를 넘어 체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담양군 수북면에 2000평 규모로 조성 중인 그의 아열대작물 체험단지에는 2023년 개장에 앞서 바나나, 파파야, 한라봉, 레드향, 구아바 등 아열대작물이 그의 꿈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
/담양=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여신의 과일 ‘패션프루트’
아열대과일 ‘백향과’ 전국 46% 전남서 생산
비타민C·니아신 풍부…피로회복·노화방지
패션프루트(Passion Fruit)는 여성의 과일이라고 불리는 석류보다 여성에게 좋은 영양 성분이 훨씬 더 풍부해 ‘여신의 과일’로 불린다. 100가지 향이 난다고 해서 백향과라도고 불리는 아열대 과일이다. 지난해 전국 생산량 405t 가운데 약 절반이 전남산(産)이다.
7일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패션프루트의 국내 재배면적은 2020년 기준 34.8㏊(10만5000평). 지역별로는 전남 10.5㏊, 전북 9.1㏊, 경북 3.2㏊ 순이다. 전남에서는 담양(6.1㏊)에 재배지가 집중돼 있다. 같은 해 전국 생산량은 405t. 전남 188t, 경북 48t, 전북 43t 등이다. 전국 145농가 중 전남에 약 40여 농가가 있다. 지난 2009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한 아열대과수 개발을 위해 일본 등에서 패션프루트 품종을 도입, 시설재배 기술과 번식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브라질 남부지역이 원산지인 백향과는 동그란 과실 속에 가득 찬 검은 씨와 노란 과육이 들어있다. 숟가락으로 떠서 먹으면 독특한 향기와 함께 톡 쏘는 신맛과 달콤한 끝 맛이 난다. 대표적인 함유성분으로는 비타민 C, 니아신, 에스트로겐 등이 있다.
석류와 비교하면, 피로 해소를 돕고 피부 미용에 좋은 비타민 C는 3배,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니아신은 5.2배,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돕는 식이섬유는 2.6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성분은 석류보다 5배나 많이 들어 있어 ‘여신의 과일’이라는 별명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확한 지 4~5일 지나 시들기 시작하면서 과즙이 감소하고 향도 변한다. 적정 저장 온도는 5~10도. 생과일로 즐기려면 수확 후 4∼5일 정도 상온에 두었다 먹으면 된다. 이렇게 후숙한 과일은 신맛은 줄고 특유의 향과 함께 풍부한 과즙을 맛볼 수 있다. 비닐백에 넣어서 5도 내외로 보관하면 1개월 정도는 변질을 막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과실을 톱밥 안에 넣어 두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유통기간이 짧아 생과로 판매되기보다는 과즙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공한 원료는 셔벗, 잼, 젤리, 푸딩 등의 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 백향과청 |
![]() 호박즙 |
아쿠아락(aqua樂)이라는 이색 식당 체인을 광주에서 창업하고 운영했다. 군 제대 후 사회복지관에서 잠시 일 한 뒤 2007년 창업했다. 광주 상무지구 5·18기념공원 부근에 80평짜리(264㎡) 첫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5년여간 체인점을 11개까지 늘릴 정도로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전체 식당 매출이 많을 땐 연 25억원을 찍을 정도였고 돈도 제법 만졌으나 그는 2013년 돌연 사업을 정리했다.
“5억원가량을 투자해서 풍암동에 문을 열었던 매장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단골손님 일행에 청소년이 끼어있었는데 미처 확인 못 하고 주류를 팔아 3개월 정지를 당했어요. 매출은 안정적이었으나 위험요소가 많고, 돈만 너무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식당 체인을 정리한 그는 인생 2막으로 농업을 택했다. 공동체에 더 이익이 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건강식품이었다고 한다. 건강식품 재배와 가공에 뜻을 품은 그가 선택한 귀농 지역은 담양이었다. 그가 나고 자란 장성이 아니었다.
“사업을 정리한 뒤 무작정 담양으로 내려와 여주를 심었습니다. 귀농지를 장성이 아닌 담양으로 택한 것은 처음부터 판로를 염두에 뒀기 때문입니다. 재배 이상으로 중요한 게 판매, 유통이라는 생각이 컸고 관광지로서 담양의 가능성을 눈여겨봤습니다”
귀농 첫해 그는 금성면에 터를 잡고 여주를 심었다.
여주는 1년생 덩굴식물로 열매와 잎을 가공해 건강식품으로 주로 판매한다. 생김새는 덩굴에 매달린 오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잎, 열매의 추출물은 위통, 열, 관절염, 당뇨, 고혈압 치료 등에 복용한다.
그가 여주 재배를 시작하던 때는 각종 매스컴에서 여주가 당뇨를 비롯한 성인병에 좋다고 조금씩 알려지던 시기였다. 4000평가량 땅을 빌려 인부를 사서 여주를 무더기로 심었다. 봄에 심었던 여주를 가을에 수확해보니 2t쯤 됐다. 애초 심을 땐 수확량이 15t은 되겠거니 했으나 우박과 장맛비, 폭우, 병해충을 맞다 보니 수확량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수확한 여주를 후배시설로 가져와 씻고 말렸다. 그러고는 우여곡절을 거쳐 전량을 여주즙으로 만들어 팔았다. 인건비와 박스제작비, 물류비, 온라인홍보비 등을 제하면 이익금은 미미했지만 직접 재배한 작물을 가공해 모두 팔았다는 데서 자신감을 얻은 시기였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작두콩 재배에 나섰다. 비염에 좋다는 말이 퍼져 작두콩이 잘 나가던 때였다고 한다. 또 그다음 해인 2016년에는 나뭇잎을 차로 마시는 그라비올라를 심었다. 잎과 줄기, 열매가 천연 항생제로 암 예방 효과로 알려진 아열대작물이다. 잎과 줄기, 열매 뿐 아니라 모종을 화분에 넣어 판매했다.
그라비올라 재배 2년 차 이던 2017년 봄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한낮 하우스농장에서 작업하던 중 우박이 쏟아진 것이다. 탁구공만 한 우박은 하우스농장의 3중 비닐을 뚫고 끝도 없이 쏟아졌다. 쑥쑥~. 핑핑~. 하늘에서 떨어진 우박이 하우스 철골 구조물에 부딪힌 소리, 비닐을 뚫고 작물을 스쳐 땅에 처박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인부들과 함께 저마다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뒤집어쓰고 30여분간 꼼짝없이 숨어야 했다.
“우박이 폭탄처럼 쏟아졌어요. 시설과 작물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들지 않았고 머리나 몸에 맞으면 인부들이 큰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우박 떨어지는 소리가 그치고 고개를 들어보니 우박 무게를 이기지 못한 하우스 는 주저앉았고 작물은 찢기고 차는 부서지고…. 자연이 무섭다는 걸 그때 제대로 알았습니다”
잠시 농사를 접고 쉬던 2018년 여름. 고씨는 아내 박지영(38)씨와 아들 고유한(8)군과 함께 떠난 가족 여행에서 백향과를 만났다. 베트남의 어느 야시장에서 맛본 백향과 주스를 맛보고 감탄한 뒤, 담양으로 돌아와 백향과 재배에 뛰어든 것이다. 담양의 선도농가에서 백향과를 사들여 하우스에 100주가량을 우선 심었다.
첫 수확은 2019년 1월이었다. 목표는 1t이었으나 실제 수확한 것은 500㎏. 1㎏에 1만3000원 수준으로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이듬해엔 재배 면적을 늘려 담양읍과 수북면의 약 2400평 규모 농장에서 재배를 이어가고 있다. 작물 재배와 동시에 그는 판매 제품 다각화에도 힘을 쏟는 한편 가공시설도 갖췄다.
“수확한 과일을 가끔 공판장에 출하했지만, 제값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체 쇼핑몰을 갖추고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농협, 로컬푸드 매장, 백화점, 각종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귀농 8년 차, 연매출 15억원 달성을 눈앞에 둔 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작물 재배는 기본이고 판로 다각화, 시대 흐름에 따른 작목 변화가 주효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집에 가져가는 수익을 최소화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이익금을 사업에 재투자하지 않았다면 사업은 제자리를 맴돌았을 겁니다”
귀농 후배들에게는 “먼저 농사로 성공한 선도 농가를 찾아가 배워라. 생각에 그치지 말고 조그맣게라도 시작해봐라. 젊은이들은 죄다 서울로 올라가는데, 같은 열정과 노력이라면 농촌에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조언하면서 “뜻과 열정이 있는 예비 귀농인이라면 저희 농장에 얼마든지 찾아와도 좋다”고 말했다.
농업과 농촌에 뿌리를 내린 고씨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농작물 재배, 가공, 판매를 넘어 체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담양군 수북면에 2000평 규모로 조성 중인 그의 아열대작물 체험단지에는 2023년 개장에 앞서 바나나, 파파야, 한라봉, 레드향, 구아바 등 아열대작물이 그의 꿈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
/담양=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 패션후르츠 |
아열대과일 ‘백향과’ 전국 46% 전남서 생산
비타민C·니아신 풍부…피로회복·노화방지
패션프루트(Passion Fruit)는 여성의 과일이라고 불리는 석류보다 여성에게 좋은 영양 성분이 훨씬 더 풍부해 ‘여신의 과일’로 불린다. 100가지 향이 난다고 해서 백향과라도고 불리는 아열대 과일이다. 지난해 전국 생산량 405t 가운데 약 절반이 전남산(産)이다.
7일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패션프루트의 국내 재배면적은 2020년 기준 34.8㏊(10만5000평). 지역별로는 전남 10.5㏊, 전북 9.1㏊, 경북 3.2㏊ 순이다. 전남에서는 담양(6.1㏊)에 재배지가 집중돼 있다. 같은 해 전국 생산량은 405t. 전남 188t, 경북 48t, 전북 43t 등이다. 전국 145농가 중 전남에 약 40여 농가가 있다. 지난 2009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한 아열대과수 개발을 위해 일본 등에서 패션프루트 품종을 도입, 시설재배 기술과 번식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브라질 남부지역이 원산지인 백향과는 동그란 과실 속에 가득 찬 검은 씨와 노란 과육이 들어있다. 숟가락으로 떠서 먹으면 독특한 향기와 함께 톡 쏘는 신맛과 달콤한 끝 맛이 난다. 대표적인 함유성분으로는 비타민 C, 니아신, 에스트로겐 등이 있다.
석류와 비교하면, 피로 해소를 돕고 피부 미용에 좋은 비타민 C는 3배,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니아신은 5.2배,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돕는 식이섬유는 2.6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성분은 석류보다 5배나 많이 들어 있어 ‘여신의 과일’이라는 별명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확한 지 4~5일 지나 시들기 시작하면서 과즙이 감소하고 향도 변한다. 적정 저장 온도는 5~10도. 생과일로 즐기려면 수확 후 4∼5일 정도 상온에 두었다 먹으면 된다. 이렇게 후숙한 과일은 신맛은 줄고 특유의 향과 함께 풍부한 과즙을 맛볼 수 있다. 비닐백에 넣어서 5도 내외로 보관하면 1개월 정도는 변질을 막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과실을 톱밥 안에 넣어 두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유통기간이 짧아 생과로 판매되기보다는 과즙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공한 원료는 셔벗, 잼, 젤리, 푸딩 등의 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