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천관산 동백숲·하늘빛 수목원… 느린 걸음으로, 한파에 고개 떨군 ‘붉은 너’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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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천관산 동백숲·하늘빛 수목원… 느린 걸음으로, 한파에 고개 떨군 ‘붉은 너’를 만난다
[코로나시대 관광 전남 뜬다] <2>
‘최대 군락’ 동백꽃 자생지 관광객 손짓
장작불 굴구이·뜨끈한 매생이탕·낙지…
상춘객 피하고 별미 맛보려면 지금이 제격
1000가지 야생화 ‘하늘빛 수목원’도 볼만
안중근 의사 모신 해동사·정남진 전망대도
2021년 01월 24일(일) 18:00
1월 매서운 한파에 성급하게 핀 꽃송이는 떨어졌지만 동백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천관산 동백숲길을 걷는 매력은 여전하다. <장흥군 제공>
해가 바뀌었지만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이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처를 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바짝 조이고 풀었다 반복하면서 삼삼오오 모이기조차 쉽지 않다. 비행기에 몸을 맡기고 훌쩍 국외로 여행을 떠나는 건 일종의 꿈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마냥 직장과 집만 오가며 또 1년을 보내기엔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딱 하나. 국내 여행이다. 그중에서도 코로나 19 확진 비율이 현저히 낮고 수려한 관광자원과 먹거리가 지천에 깔린 남도땅이 제격이다.

전남도는 사람 간 접촉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코로나 시대에 맞춰 인파가 몰리지 않으며, 탁 트인 야외 관광지 50곳을 골라 ‘비대면 관광지 50선’을 소개했다. 하나같이 탁 트인 야외 관광지로 이름난 남도 먹거리를 맛보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첫 여행지는 겨울 장흥이다. 천관산 동백생태숲과 하늘빛 수목원이 50선에 올랐다.

천관산 동백생태숲은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천관산 중턱에 자리한다. 늦가을엔 억새가 이른 봄에는 동백이 유명한 곳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0년 이상 된 동백나무 2만여 그루가 20㏊(6만여 평)에 이르는 골짜기를 가득 메운다. 맑은 날이면 내리쬐는 햇살에 반짝거리는 잎만 봐도 무엇이 동백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천관산 동백생태숲은 지난 2000년 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07년에는 단일 수종으로 우리나라 최대 군락임을 인정받아 한국 기네스에 등재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천관산 동백생태숲 상부 전망대 앞의 커다란 기념비에는 ‘천하제일 천관산 동백숲’이라고 쓰여 있다.

동백꽃은 3월 말에서 4월 초에 절정을 이루지만 코로나 시대, 상춘객을 피하고 장흥의 겨울 별미까지 맛보고 싶다면 2월 산행을 추천한다. 여행자의 운이 나쁘지 않다면 겨울 햇살을 받고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 동백과 마주할 수도 있다.

827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가 천관산 자연휴양림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2km 정도 임도를 따라 들어서면 산골짜기에 빽빽이 들어선 동백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햇살에 반짝이는 두툼한 초록 잎과 붉은 꽃송이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천관산 동백생태숲에는 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전체 탐방 구간은 약 1.2㎞가량. 상부 전망대에서 하부 전망대를 잇는다. 양방향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내리막 코스인 상부 전망대를 들머리 삼는 게 걷기에 수월하다.

상부 전망대에서 동백숲을 구경했다면 탐방로를 걸어볼 차례다. 상부 전망대 옆 짧은 나무계단을 통하면 동백나무들이 만든 숲 터널로 들어선다. 가파르지 않은 돌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사방이 동백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잠시 멈춰서 눈을 감아보자. 그리고 우거진 동백 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양팔을 벌려 보자. 이제는 원 없이 쭉 숨을 들이켜보자. 더이상 상쾌할 수 없는 공기다. 경쾌하던 발걸음이 느려진다. 시들어버린 꽃송이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달 초 몰아친 기록적인 한파 때문이리다.동백숲을 둘러봤다면 이제는 바다로 갈 차례다.

관산읍 삼산리 정남진 전망대다.

서울 광화문에서 국토를 가로질러 정남쪽으로 내려오면 장흥군이 맨 끝에 자리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정남진(正南津) 장흥이다. 강원도에 정동진이 있다면, 남도엔 정남진이 있다. 그리하여, 장흥군은 정남진을 브랜드화하고 산재한 관광자원을 내세워 여행자들을 끌어들인다.

정남진 전망대는 파노라마로 펼쳐진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지하 1층 지상 10층, 높이 45.9m 규모로 1층에는 홍보관, 10층에는 전망대가 위치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거금도, 금당도, 생일도, 금일도, 연홍도, 노력도 등을 볼 수 있다.

안중근 의사를 모시는 국내 유일의 사당, 해동사도 장흥의 자랑이다.

안 의사는 우리 국민이 유독 사랑하는 독립운동가다. 정부는 오랜 기간 안 의사 유해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무위에 그쳤다. 유해는 찾지 못했지만 그의 정신과 신념은 장흥땅에 모셔져 있다. 안 의사의 영정과 위패, 그의 고결한 정신이 안장된 국내 유일의 사당 해동사가 장흥에 자리하고 있다. 사실 안 의사는 생전에 장흥 땅을 밟아본 일은 없다. 안 의사(순흥 안씨)의 후손이 없어 제사를 지내지 못함을 안타까워한 장흥 유림 안홍천(죽산 안씨) 선생이 1955년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의한 후, 해동사를 건립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해동명월(海東明月)이란 휘호를 내렸다. 해동사는 이 휘호의 두 글자를 딴 것이다. 장동면 만년리 만수마을에 있는 해동사는 마을 안쪽 깊은 숲의 끝자락에 있다.

하늘빛수목원
장흥 땅에는 잘 가꿔진 민간 수목원도 있다. 용산면 함지봉 자락에 터 잡은 하늘빛수목원이다. 꽃과 나무, 연못이 어우러진 숲속 놀이터로 봄이 관광 적기다. 매표소를 지나면 약 10만㎡의 대지 위에 수목 300여 종과 야생화 1000여 종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넓은 찻길 대신 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아침정원과 야생화정원, 생태연못 등이 이어진다.

수천 송이의 튤립이 만발하는 아침정원에서는 해마다 봄이면 튤립축제가 열린다. 색색의 튤립이 융단처럼 펼쳐진 야외무대에서 음악회와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울창한 편백숲에는 힐링 산책로와 평상 등이 있어 피톤치드를 마시며 한가롭게 쉬어가기 좋다.

아이와 함께할 체험 활동도 다양하다. 말을 타고 숲속을 거니는 승마 체험, 꽃나무를 직접 심고 연못의 잉어에게 먹이를 주는 생태 체험, 여름이면 계곡 폭포와 연못 분수 옆 물놀이까지 가능하다. 전문 교관이 말에 오르는 법부터 자세히 설명해주는 승마 체험은 초보자도 충분히 참가할 수 있다. 야자수에 둘러싸인 글램핑장은 하룻밤 쉬어가기 좋다. 낮에는 수목원에 가득한 꽃을 구경하고 밤에는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는 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겨울 별미 장흥 매생이탕과 굴구이.


겨울 장흥의 맛은 석화(굴), 매생이, 낙지로 기억된다.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장흥 바닷가 마을을 따라 구수한 굴구이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겨울 장흥의 최고 별미 중 하나는 굴구이다. 장흥 사람은 물론, 외지에서도 굴구이의 맛에 반해 바닷가 구석진 마을까지 방문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벌겋게 피워 오른 장작불 위에 바다에서 막 건진 굴을 올려놓으면 향긋한 바다 냄새가 진동한다. 조그만 칼로 하얀 속살을 발라 입안에 넣으면 짭조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쫙 퍼진다.

용산면 남포마을과 관산읍 죽청마을이 굴구이로 특히 유명하다.

마을 앞에서 주민들이 건져낸 굴을 직접 구워 먹으니 신선도를 따지는 여행자는 없다. 남포마을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굴을 직화로 구워내 구수함이 두 배다.

관산읍 죽청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굴구이집 간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죽청마을에서는 인근 갯벌에서 채취한 굴을 잘 달궈진 철판 위에 구워 먹는다.

전희석 장흥군 관광진흥팀 주무관은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 유치 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군이나 주민 모두 장흥을 찾아오신 관광객에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방역수칙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미운 사위가 오면 내놓는다는 매생이탕도 빠질 수 없다. 청정 바다에서 나온 매생이를 탕으로 끓여내면 기가 막힌 바다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뜨끈한 매생이가 입안을 감싸다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가면 속은 따뜻해지고, 입안은 그윽한 바다 향기가 맴돈다. 매생이탕은 펄펄 끓여 내와도 김이 별로 나지 않는다. 처음 매생이탕을 먹은 사람이 급히 먹었다가는 제대로 된 뜨거운 맛을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 밖에도 키조개, 바지락, 낙지 등 장흥 바다는 사시사철 끊임없이 먹거리를 내놓는다. 그중에서도 장흥 키조개는 큼지막한 크기는 물론, 맛과 영양도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키조개는 장흥한우삼합의 주재료이기도 하지만, 구이, 전, 탕수육, 회, 회무침, 죽 등 다양한 요리로 변신하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안양면 수문리, 사촌리, 율산리 일대에서 생산되는 바지락은 해수와 담수가 적절히 섞여있는 바다 환경 덕에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벚꽃 피는 3~4월이 제철이다. 바지락만 넣고 푹 삶으면 국물이 삽시간에 사골국처럼 뽀얗게 변한다. 소금 간하고 대파만 조금 썰어 넣으면 바지락국 완성이다. 술안주로도 좋다. 신선한 채소와 무쳐내는 바지락회무침도 별미다. 장흥 득량만은 낙지의 최대 어장으로도 주목받는 곳이다. 낙지로 유명한 무안에서 팔리는 낙지 가운데 상당수는 장흥산(産)이라는 것은 상인들만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장흥=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장흥=김용기 기자·중부취재본부장 ky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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