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예술은 얼어붙은 삶을 깨우는 자극제
예술의 쓸모
강은진 지음
2020년 09월 18일(금) 18:00
예술가와 작품에는 저마다 숨겨진 스토리가 있는데, 이는 훗날 무명의 예술가를 유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작 ‘우유를 따르는 여인’. <다산초당 제공>
고갱은 “예술은 표절 아니면 혁명이다”고 했다. 예술이 지닌 본질적 측면인 창조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나 창조란 모방의 토대 위에서 싹튼다. 원 텍스트를 자신만의 관점, 다시 말해 창조적 혁신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예술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예술이 삶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라고 반문한다. 일년이면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수백만 명에 이르지만 여전히 예술은 ‘먼 거리’에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예술 외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친다.

그렇다면 예술을 어떻게 접해야 할까? 강은진 아트 큐레이터는 “예술사나 작품에 대한 지식을 쌓는 일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바로 예술가의 삶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무겁고 딱딱한 지식을 쌓는 것보다 훨씬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펴낸 ‘예술의 쓸모’는 개인적인 욕망부터 세상을 바꾼 혁신까지 예술에 대한 저자의 미적 사고를 담고 있다.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쓸모 있는 예술 사용 설명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심미안’, ‘카타르시스’, ‘감각의확장’, ‘욕망의 이해’, ‘창조성’, ‘통찰’이다.

‘심미안’은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 눈이다. 피렌체가 아름다운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르네상스인이 고대 그리스인의 후예였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에는 오직 하나의 조화롭고 완전한 배열이 있다. 단 하나의 미가 있는 것이다. 미는 모든 부분의 완벽한 조화이므로 어떤 것도 더하거나 빼면 전체가 손상된다.”

20세기 초반 활동했던 호퍼는 단순한 주제로 사람들을 위로했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위로를 얻는다. 그림에는 지친 하루를 마치고 귀가하는 쓸쓸함이 배어 있다. 빈 센트 반 고흐도 내면의 격렬한 감정을 강렬한 터치로 표현했다.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마음을 보는 듯한 감정 이입을 한다.

예술은 우리에게 ‘감각의 확장’을 허락한다. 저자는 영화 ‘뮤지엄 아워스’를 매개로 자세히 볼 때 다가오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빈 미술사 박물관을 지키는 노인이다. 그가 자신만의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방법이 있는데,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왜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야 하는지, 예술 작품이 왜 쓸모가 있는지 알려준다.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하거나 우리가 감상을 하는 이유는 바로 ‘욕망’ 때문이다. 범박하게 말하면 예술의 역사는 곧 욕망의 역사다. 언뜻 세속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욕망은 그 인식 범위가 확장된다. “영혼 전체를 갈아 넣으면서까지 예술적 완벽을 추구하는” 양상이 이를 증명한다.

뒤샹의 변기와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은 ‘보편적 아름다움을 좇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을 욕망할 수 있게’ 된 현대 예술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래의 미술은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파격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담아 낼 것이 확실하다.

아울러 온고지신의 산물인 ‘창조성’, 본질을 파악하고 새 시각을 제시하는 능력인 ‘통찰’ 또한 예술을 모티브로 얻을 수 있다.

이밖에 저자는 예술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고, 예술이 가르쳐준 자세 등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특유의 사유를 풀어낸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예술은 얼어붙은 삶을 깨우는 가장 효과적인 자극제”라고.

<다산초당·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