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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의사, 도시 의사
2020년 08월 13일(목) 00:00
[임 지 현 영광기독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얼마 전, 좋은 기회를 얻어 전남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을 하게 됐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녔고, 같은 공간의 모교 병원에서 인턴과 수련의를 거친 후에도 같은 대학병원, 그리고 비슷한 의료시스템의 시내 종합병원, 전문병원에서만 의사 생활을 했다. 사실 군 복무 시기를 제외하면 불혹의 나이에 광주를 벗어나 타지의 환경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새로운 환경과 변화가 긴장을 주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물론 새 병원은 처방하는 전산 프로그램이 다르고, 처리 방식이나 처치 양식이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아서 약간의 적응 시간이 지나니 금새 익숙해졌다. 그리고 새로 시작한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의 특성이 기존 경험들과 많이 다르지도 않았다. 찾아오는 분의 연령대가 대부분 중·장년층이라는 점이 있지만, 광주 시내에서 일할 때 뵈었던 부모님 세대 어르신들 중에서 상당수가 광주에서 사는 자녀들의 손에 이끌려 나오신, 전남에서 거주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광주라는 도시가 전남과 상호 유기적인 생활 공동체라는 점이 가장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또 환자 진료에 영향을 주는 다른 점은 이제 도로 여건이나 교통 사정이 너무 좋아졌다는 것이다. 고속도로까지는 아니지만 신호등 없는 4차선 국도 22번을 타고 영광읍에서 출발하면 광주까지 약 30분이면 도착한다.

새 병원에 부임해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70대 고관절 골절 환자가 119를 통해 응급실에 오셨다. 기존처럼 골절 부위를 안정시키기 위해 견인 추를 다리에 달아 통증을 줄여 주고 입원시킨 뒤, 수술적 치료를 준비했다.

그런데 다음 날 보호자가 내원해 자신이 사는 광주로 전원을 요청했다. 나름 애써서 치료를 계획했던 터라 약간 허탈한 마음이 들었지만, 자녀들의 간병이 더 수월한 점이 이해가 되기도 해서 이송해 드렸다. 이런 비슷한 사례가 부임 첫 주 내에 두어 번 반복되자 응급실에 환자가 방문했을 때 먼저 하는 일이 생겼다. 그것은 보호자와 직접 연락해서 영광에서 치료할지를 문의하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방송과 신문, 인터넷에서 의료 정보를 자주 접한다. 잘 구별하지 못하겠지만, 이러한 정보들은 어느 정도 상업성을 띠고 있어서 쉽게 현혹돼서는 안 된다.

치료에 있어서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 그 폐해가 환자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 영역에 어느 정도의 국가 규제에 충분히 동의한다.

하지만 모든 규제가 그렇듯이, 아무리 아픈 환자도 특정 질환의 규정된 기간 전에 수술을 하거나 2~3주 이상 입원하면 치료비를 삭감당하고, 염증이 걱정돼 항생제를 규정 일수 이상 쓰면 약값을 병원에 주지 않는다. 물론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이런 답답한 사정은 행정 당국자나 정치인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설립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인들은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 접근 문턱이 낮아져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의사들의 반대 의견은 이기주의로 매도당한다.

그러나 의사도 생활인이고 기본적인 경제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므로, 무작정 의사를 늘려 서로 경쟁을 유발하면 의료 소비자에게 그 비용을 청구하게 되고, 그 결과는 과잉 치료와 국민 의료비 증가로 돌아오게 된다.

사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점이 인구 대비 의사가 많은 여타의 어느 선진국보다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가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이 전국 단일화된 전산처리시스템으로 치밀하게 관리 감독하고 있고, 또 비교적 국토가 넓지 않고 교통이 발달돼 있어서 우리나라 전국 어디든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시골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필자가 단언컨대 그만큼 대우와 처우를 개선해 준다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시골 의사와 도시 의사, 시골 병원과 도시 병원, 그리고 지방 병원과 서울 병원. 각각은 경쟁만 하는 대립의 요소가 아니다. 서로 협력하고 합심해서 결국 공동의 목적인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더 수월하고 좋고, 편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전 세계에 어느 나라, 누구와 비교해 내놓아도 최고인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잘 지키고 유지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