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이 맥문동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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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꽃이 맥문동을 만났을 때…’
서양화가 최향 개인전, 5일~12일 향담갤러리
2020년 08월 03일(월) 19:45
‘파꽃이 맥문동을 만났을 때’
‘맥문동(麥門冬)’이 꽃이름이라는 걸 안 건 바로 얼마 전이다. 사진으로 본 꽃은 소박한 모습과 보랏빛 색깔이 마음에 닿았는데, 어느 날 집 주변을 보니 바로 그 맥문동이 피어 있어 반가웠다.

서양화가 최향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언젠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 낯선 꽃을 발견했고, 신비로운 보랏빛에 빠졌다. 그림 소재로 삼기 전에는 ‘존재’를 알지 못했던 맥문동은 1년여 동안 작가의 화폭 속에서 변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최향 작가 개인전 ‘파꽃이 맥문동을 만났을 때…’가 5일부터 12일까지 광주 예술의 거리 향담갤러리에서 열린다.

최 작가는 ‘파꽃 작가’로 불린다. 오래 전 군산에서 광주로 돌아오는 길, 벌판에서 우연히 만난 ‘파꽃’에 반한 그녀는 몇 송이를 뽑아들고 와 그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좋았다. 취리히 아트페어에서 동양적 서정성이 느껴진다는 호평을 받았고, 서울 진화랑, 부산, 대구 등으로 이어진 전시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오랫동안 천착했던 파꽃 그림과 함께 신작 맥문동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작업의 출발이 추상이었던 터라 맥문동 역시 꽃에 대한 세세한 묘사 대신, 느낌과 색채를 강조하며 작업했다. 안개가 낀 듯한 흐릿한 분위기의 하늘과 어렴풋이 떠 있는 달, 변화무쌍한 색감의 맥문동이 화폭을 채운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다. 작가가 써내려간 내면적인 일기같은 느낌, 그녀가 즐겨듣는 클래식의 리듬감도 함께 묻어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다채로운 색감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미묘하고 미세한 색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연스레 몸에 밴 감성은 다채로운 그라데이션을 통해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늘 최 작가의 마음을 당기는 꽃은 ‘화려한’ 관상용이 아니라, 무언가 ‘쓰임새’가 있는 꽃들이다. 지금까지 작업했던 파꽃이 그러하고 뿌리가 한약재로 쓰이는 맥문동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그려보고 싶은 마늘꽃도 매 한가지다. 화려하지 않고, 어딘지 미숙해 보이기도 하는 이런 꽃들은 “피었다 사라지지만 또 다른 앞날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화사한 꽃으로만 끝나지 않고, 세상에 이로운 어떤 것으로 다시 태어나는 꽃들이다.

그녀의 파꽃 작업은 진화중이다. 가장 최근의 전시에서는 ‘트피플 환타지’라는 제목으로 기존의 파꽃 작업과 함께 추상, 조각 작품까지를 선보였고 이번 전시에서도 한발 나아간 파꽃을 선보인다. 맥문동과 파꽃을 한 화면에 배치하는 작업은 이제 출발 단계로 이번 전시에서는 두 작품을 내놓았다.

최 작가는 “아름다움을 넘어 감동과 영혼 있는 메시지, 살아있는 정신이 담긴 작품을 그려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최 작가는 서울, 독일, 베를린, 파리 등에서 30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양한 그룹전에 참여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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