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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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밥
2020년 07월 08일(수) 00:00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말은 ‘맡은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아니하면서 잇속에만 마음을 두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다. 목탁을 치면서 염불하는 것보다는 공양할 때 바치는 음식인 ‘잿밥’에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잿밥은 겉으로 내세우는 것과 상관없는 잇속이나 이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명사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광주·전남 지역 지방의회의 후반기 의장 선거와 원 구성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속담이 떠오른다. 지방의원들이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인 자치단체에 대한 견제·감시라는 의정활동은 뒷전으로 미룬 채 ‘감투’와 ‘노른자 상임위원회’에만 욕심을 내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일당 독점 구도인 광주·전남 지방의회에서는 민주당 ‘독식’도 모자라 같은 당 소속 의원들 간 부의장·상임위원장 ‘자리 나눠 먹기’를 위한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연일 시끄럽다. 광주시의회는 최근 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민주당 소속 주류와 비주류 의원들이 자리다툼을 벌이면서 원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또한 상임위원회 배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선호도가 높은 산업건설위원회에 의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의회 안팎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각종 이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노른자’상임위에 가려고 발버둥 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 광주 시의원 23명 중 20명이 초선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의욕적인 의정 활동보다는 너무 자리 욕심만 낸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의회 뿐만이 아니다. 광주·전남 지역 일부 기초의회를 비롯해 전국 지방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담양군의회는 전반기 의장단이 후반기 의장단을 또 다시 독식해 마찰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정치에 첫발을 내딛는 출발선에서는 순수했으리라 믿는다. 한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이 멀어가는 것인지, 안타까운 일이다.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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