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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티잔 극장
2020년 07월 03일(금) 00:00
1930년대 말 삼청동 언덕빼기에 자리한 셋집 마루에 여자아이 희수가 앉아 있다. 희수는 왕년에 유명 배우였지만 지금은 격리병동에 감금돼 있는 어머니를 기다린다. 그러나 돌아온 어머니의 모습은 어린 희수가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애정과 증오 사이에서 요동치며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 상처를 입는다.

셋집의 문간방에는 인력거꾼 아버지와 함께 사는 준이라는 소년이 있다. 준 또한 내면에 적지 않은 상처가 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방직공장 기숙사에서 지내는 터라 누나에게만 의지한다. 준은 희수의 상실과 상처가 자신의 것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상문학상 작가인 정읍 출신 손홍규 작가가 장편 ‘파르티잔 극장’을 펴냈다. 뚝심있게 자신만의 소설세계를 펼쳐온 작가가 ‘서울’ 이후 6년 만에 펴낸 장편이다. 불행한 역사의 굴레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 비극을 감당하면서도 사랑과 존엄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다. 소설에는 일제강점기 좌익 운동과 사상 검열, 해방공간에서의 좌우 충돌과 정치공작 등 주요한 정치적, 문화적 사실이 깔려 있다. 희수와 준 두 인물의 삶을 좌우하는 큰 사건과 주변 사람들은 당시 역사적 사건과 실제 인물을 참고했다. 세부의 정밀한 묘사는 단순한 소재적 관심이나 시대 고증 이상으로 작품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작가는 그와 같은 요소를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이야기 밑바탕에 배치한다. 희수와 준 두 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상황과 내면을 집중한다. 두 인물의 서로를 향한 마음은 이내 서로가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어진다. 자기 자신임을 잃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되는 것은 작가가 추구하는 또 다른 진실일지 모른다.

<손홍규 지음·문학동네·1만4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