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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속 희망 잃지 않은 우리 모습 담아”
강대선 시인 ‘메타자본세콰이어 신전’ 출간
환경·비정규직 문제 등 가족 서사 보단 사회문제 초점
“시 통해 긍정적 에너지 생겨”…시조·수필·소설 계획도
2020년 06월 29일(월) 07:00
“전에는 사회를 냉소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글을 쓰면서 좀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부정보다는 긍정의 에너지가 더 생겨나는 것 같아요. 시는 힘들지만 그 속에서 나와 세계를 긍정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요.”

강대선 시인은 시를 쓰면서 다소 관점이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시의 힘일 게다. 시를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얻었다는 말에서, 그는 시인이 될 운명을 타고 난 것 같다.

201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구릉’으로 당선한 강대선 시인. 그에게선 겸손과 성실, 근기 같은 이미지가 느껴진다. 새 작품집 ‘메타자본세콰이어 신전’ 발간 소식을 전하는 얼굴이 사람 좋은 미소로 가득하다.

사실 그는 신춘문예 등단 전부터 실력을 인정받는 글쟁이었다. 일명 ‘재야의 고수’였다. 벌써 이번이 다섯 번째 시집이다. 201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외에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마당 깊은 집’이 동시에 당선될 만큼 만만찮은 저력의 소유자다. 한 분야도 천착하기 힘든데 그는 시와 시조 두 갈래를 추켜들고 창작의 밭을 갈고 있다.

“일 년 전부터 시집 발간 계획이 있었습니다. 꾸준히 시를 써야 시가 녹슬지 않을 것 같은, 안달하는 마음이 있었죠. 우물에서 흙탕물을 길어올리다 보면 나중에는 맑은 물이 나온다는 생각을 하고 시를 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맑은 물보다는 흙탕물이 조금 섞인 물이 더 좋았던 거죠. 나는 그것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법어와 같다. 오랫동안 도를 닦은 이가 깊은 성찰 후에 뱉어낸 깨달음 같다. 본래 시인이라는 존재는 비루한 삶 속에서도 맑은 시어를 길러내는 이가 아니던가. 무수히 많은 언어 가운데 맞춤한 언어를 선택해 또 그것을 갈고 닦다 보면 절로 도의 경지에 들 법도 하다.

“시는 좀더 형식의 틀에서 자유롭지요. 하지만 어느 지점에 이르면 두 장르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듯 해요. 질서 속에 자유라는 말이 떠오른다고나 할까요.”

그는 시조의 맛과 시의 맛이 다르지만 질서와 자유 속에서 둘 다 깊고도 웅숭한 맛을 준다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집 발간의 기저에는 3년의 기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를 쓴다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새롭게 길어올리는 작업이라는 의미일 게다.

“과거와 단절하지도 외면하지도 않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새롭게 한 편 한 편에게 사랑을 주었어요. 주제는 가족의 서사보다는 사회적인 내용을 바라보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광장과 밀실이 두 가지 측면으로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로 연결된 통로로 보았던 거죠.”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80년 광주의 아픔과 왜곡된 언론의 배후, 나아가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그려낸다. 표제시 ‘메타자본세콰이어 신전’ 에서도 그러한 의미가 포착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지닌 자본주의의 모순과 그 모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장삼이사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한편으로 가족 서사와 사랑 이야기. 환경문제, 식량난, 비정규직 문제 등도 바라보았다”고 부연했다.

강대선
그는 시의 길로 입문하게 된 계기를 초등학교 수업시간에서 찾았다. 담임선생님이 자신이 쓴 시를 읽어주고 칭찬을 해주던 기억이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아울러 글을 쓰면서 좋은 분들을 만난 것은 크나큰 행운이라고 했다.

문청시절은 어땠냐는 물음에 “지금이 문청시절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여전히 목이 마르고 시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시를 읽으며 감명도 받지만 시샘을 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가 떠올라, 혹시 어떤 시인의 작품에 시샘을 하느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그는 이편의 의도를 눈치 챈 듯 “좋은 시집은 모두 좋은 스승”이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현재 그는 고교(광주여상) 교사로 재직 중이다.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창작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의외의 말이 돌아온다. “반 아이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소통을 하는데 가끔 시를 올립니다. 내 생각과 아이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좋거든요. 더러 선생님이 지은 시가 맞는지 물어오는 녀석들도 있구요.(웃음)”

앞으로도 그는 계속 창작을 할 계획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시조, 수필, 소설도 출간할 생각이다.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시란 나를 나답게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가 나를 써내려가는 것 같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시는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