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체육회 그들만 민심을 몰랐다
![]() [윤 영 기 체육부장] |
광주체육회장 출연금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창준 광주시체육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애초 약속한 대로 임기 3년 동안 2억 원씩, 출연금 6억 원을 성실히 납부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잔불 정리 단계에서 다시 불길이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지역 대학 체육학과 교수들과 학교 체육관계자 등이 ‘광주체육 희망포럼’을 꾸려 칼을 벼리고 있다. 전 광주시체육회 상임부회장과 사무처장 등도 광주체육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건을 암암리에 돌리며 세를 불리고 있다.
이런 역풍에 대해 김 회장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엘리트 체육인들의 생활체육에 대한 정치 공세 혹은 김 회장을 흔드는 뒷배 세력이 있다는 프레임으로 덮으려 한다. ‘한 자리 얻지 못하자 앙심을 품었다’거나 ‘관선 시절 행세하던 이들이 뒷방으로 밀려나자 세를 모으고 있다’는 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게 물을 타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취임 5개월 만에 반(反)김창준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연금 논란’의 본질은 체육회를 장악하고 있는 회장과 측근들의 낡은 리더십이다. 여기에 ‘우리끼리 결정하면 그만이지’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선 체육회장 시대를 맞아 진즉 갈았어야 할 불판을 그대로 고수한 대가는 의외로 가혹했다. 갓 출범한 김 회장 체제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매년 회장이 2억 원씩을 출연금으로 내야 한다는 체육회 사무규정은 재검토할 만한 명분이 다분한 사안이었다. 우선 회장 출마자들의 공무 담임권과 피선거권을 제약하는 독소 조항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꾸린 스포츠 공정위가 매년 2억 원씩 내게 돼 있는 회장 출연금 규정을 2억 원 이상 출연해야 한다고 개정한 것까지는 크게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 규정이 곧바로 김 회장에게 적용돼 특혜로 변질됐다는 데 있다. 김 회장이 수혜자가 되는 순간, 스포츠공정위의 ‘공정’은 소멸됐다. 결과적으로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김 회장이 내야 할 출연금을 삭감해 주는 모양새가 됐다.
예민한 돈 문제와 엮이면서 김 회장의 처지도 남루하게 됐다. 그가 첫 임기에 내야 할 2억 원의 납부를 4개월 동안 끌다 이런 결정이 나왔으니, 진의를 의심받은 것도 당연했다. ‘셀프 감액’이니 ‘꼼수’니 하는 지적도 과하다고만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지고 보면 이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김 회장이 ‘시민과 약속이니 나는 임기 동안 6억 원을 내겠다. 후임부터는 개정 규정을 적용하자’고 한마디만 했어도 정리될 사안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실기했다. 뒤늦게 출연금 2억 원을 납부해 ‘신용’은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신뢰’까지 회복할 길은 요원해 보인다. 신뢰의 상실은 두고두고 김 회장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광주 체육인들은 출연금 논란에서 김창준호의 ‘집단적 무사유’를 봤다. 체육회 상임위와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김창준 회장이 멤버를 꾸린 핵심 의사 결정 기구다. 출연금 개정 과정에서 이들 중 단 한 명도 현 회장부터 적용되는 출연금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첫 민선 체육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민심을 의식했더라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인데도 말이다. 이러니 김 회장에게 쓴소리 하는 진짜 측근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정한 규정이, 그와 관련되지 않은 체육인들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더 안타까운 것은 김창준 집행부에 대한 체육인들이 신뢰가 있었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김 회장 체제는 선거 득표수가 말해 주듯 취약한 지지 기반에서 출발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체육회장 선거에서 147표를 받아 상대인 전갑수 후보를 10표 차로 누르고 가까스로 당선했다. 김 회장이 체육계의 전폭적 지지를 얻지 못한 자신의 한계를 최소한이라도 의식했더라면 이처럼 출연금 자충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회장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인사들은 ‘거 봐라. 다 이유가 있다’며 확증편향을 굳혀 가고 있다.
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온갖 비난을 퍼붓느냐고 탓할 일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민심을 외면한 잘못된 결정이다. 체육계는 이미 민(民)이 주인인 시대를 맞이했다. 따라서 앞으로 광주체육회의 결정과 정책에 대해 이보다 더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관선 시대처럼 ‘주는 대로 받고’ ‘하라는 대로 하던’ 체육인들이 아니다. 김창준 집행부는 이제 시대정신이 바뀌었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할 것이다.
/penfoot@kwangju.co.kr
매년 회장이 2억 원씩을 출연금으로 내야 한다는 체육회 사무규정은 재검토할 만한 명분이 다분한 사안이었다. 우선 회장 출마자들의 공무 담임권과 피선거권을 제약하는 독소 조항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꾸린 스포츠 공정위가 매년 2억 원씩 내게 돼 있는 회장 출연금 규정을 2억 원 이상 출연해야 한다고 개정한 것까지는 크게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 규정이 곧바로 김 회장에게 적용돼 특혜로 변질됐다는 데 있다. 김 회장이 수혜자가 되는 순간, 스포츠공정위의 ‘공정’은 소멸됐다. 결과적으로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김 회장이 내야 할 출연금을 삭감해 주는 모양새가 됐다.
예민한 돈 문제와 엮이면서 김 회장의 처지도 남루하게 됐다. 그가 첫 임기에 내야 할 2억 원의 납부를 4개월 동안 끌다 이런 결정이 나왔으니, 진의를 의심받은 것도 당연했다. ‘셀프 감액’이니 ‘꼼수’니 하는 지적도 과하다고만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지고 보면 이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김 회장이 ‘시민과 약속이니 나는 임기 동안 6억 원을 내겠다. 후임부터는 개정 규정을 적용하자’고 한마디만 했어도 정리될 사안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실기했다. 뒤늦게 출연금 2억 원을 납부해 ‘신용’은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신뢰’까지 회복할 길은 요원해 보인다. 신뢰의 상실은 두고두고 김 회장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광주 체육인들은 출연금 논란에서 김창준호의 ‘집단적 무사유’를 봤다. 체육회 상임위와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김창준 회장이 멤버를 꾸린 핵심 의사 결정 기구다. 출연금 개정 과정에서 이들 중 단 한 명도 현 회장부터 적용되는 출연금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첫 민선 체육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민심을 의식했더라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인데도 말이다. 이러니 김 회장에게 쓴소리 하는 진짜 측근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정한 규정이, 그와 관련되지 않은 체육인들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더 안타까운 것은 김창준 집행부에 대한 체육인들이 신뢰가 있었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김 회장 체제는 선거 득표수가 말해 주듯 취약한 지지 기반에서 출발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체육회장 선거에서 147표를 받아 상대인 전갑수 후보를 10표 차로 누르고 가까스로 당선했다. 김 회장이 체육계의 전폭적 지지를 얻지 못한 자신의 한계를 최소한이라도 의식했더라면 이처럼 출연금 자충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회장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인사들은 ‘거 봐라. 다 이유가 있다’며 확증편향을 굳혀 가고 있다.
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온갖 비난을 퍼붓느냐고 탓할 일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민심을 외면한 잘못된 결정이다. 체육계는 이미 민(民)이 주인인 시대를 맞이했다. 따라서 앞으로 광주체육회의 결정과 정책에 대해 이보다 더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관선 시대처럼 ‘주는 대로 받고’ ‘하라는 대로 하던’ 체육인들이 아니다. 김창준 집행부는 이제 시대정신이 바뀌었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할 것이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