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싸목싸목 남도 한바퀴] 강진 핫플레이스
다산초당·출렁다리…역사·문화·레저 체험 ‘남도여행 일번지’
푸르름 가득한 ‘오설록 월출산 차밭’
그림같은 풍경 ‘백운동 원림’
무위사 극락보전서 소원 빌고
강진미술관서 추사·겸재 작품 감상
초당·백련사 숲길서 다산의 숨결 느껴
가우도 짚트랙 타고 활강 짜릿함 만끽
2020년 06월 16일(화) 00:00
25m 높이의 가우도 청자타워에서 ‘짚 트랙’을 즐기는 여행자들. <강진군 제공>
◇월출산 자락 백운동 원림, 무위사=월남(月南), 월하(月下), 월송(月松), 월평(月平)…. 산위에 달이 떠있고, 달 아래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리는 월출산 남쪽 산자락에 자리한 마을 이름에는 공통적으로 ‘달’(月)이 담겨 있다. 이름만으로도 둥근 달이 떠 있는 서정적인 풍경이 연상된다.

광주에서 국도 13호선을 따라 달리다 풀치터널을 지나면 강진 땅이다. 최근 해체·복원작업을 마친 ‘월남사지(月南寺址) 삼층석탑’(보물 제298호)에서 무위사로 가는 도로변은 온통 싱싱한 초록세상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1982년 조성해 운영하는 ‘오설록 월출산 차밭’으로, 면적이 33.3㏊(10만여 평)에 달한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녹차와 인연이 깊다. 인근에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차 브랜드인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를 생산·유통시킨 차 선구자인 이한영 선생의 생가가 자리하고 있다.

‘백운동 원림’(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5호)은 여행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비밀의 정원’이다. 담양 소쇄원, 완도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일컫는다. 조선 중기 백운동은(白雲洞隱) 이담로(1627~1701)가 조영(造營)해 은거했던 별서(別墅·한적한 곳에 따로 지은 집)정원이다. 강진에 유배 중이던 다산 정약용이 1812년 가을에 제자들과 월출산을 오른 후 이곳에 들러 하룻밤을 묵었다. 이때 백운동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한 다산은 제자인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12가지 백운동 풍경을 시로 지었다. 이것을 묶은 책이 ‘백운첩’(白雲帖)이다.

다원 주차장에서 백운동 원림까지는 250여m. 10여분 정도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계곡옆 큼지막한 바위에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백운첩’에 근거해 복원된 취미선방(翠微禪房)과 안채를 둘러본 후 정선대(停仙臺)에 앉아 ‘그림 같은’ 풍경의 정원을 내려다본다. 간간히 들려오는 새소리뿐 정원은 아늑하다.

맞배지붕을 한 무위사 극락보전(국보 제13호)은 단아하다. 대신 내부는 ‘아미타여래삼존벽화’(국보 제313호) 등 화려한 불화로 장식돼 있다. 여행자는 일명 ‘소원 성취나무’로 불리는 팽나무 그늘아래 앉아 공명(功名)을 버리고 선택한 은거의 삶과 자연 그대로 무위(無爲)의 철학에 대해 새삼 생각해본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옥으로 지은 강진미술관 강진박물관.
◇강진의 새로운 문화공간, ‘강진미술관’=역사의 타임머신을 타고 1801년 동짓달(음력 11월) 하순으로 되돌아가보자. ‘북풍이 하얀 눈 휘몰듯이’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온다. 영산강을 건너고 월출산을 넘어 강진에 도착한 역적죄인 다산을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주민들은 ‘문을 부수고 담장을 무너뜨리면서’(破門壤墻) 그를 무서워하며 기피했다. 이런 다산을 불쌍히 여긴 동문밖 샘거리에 자리한 주막집 노파가 자기 집에서 머물도록 해주었다. 다산은 누추한 골방 이름을 ‘사의재’(四宜齋)라 짓고 본격적인 학문 연구에 몰두했다. 생각과 외모, 언어, 행동 등 학자가 지녀야 할 ‘네 가지(四)를 마땅히 해야 할(宜) 방(齋)’이라는 뜻이다.

지난 2008년 10월 강진 읍내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들어섰다. 사의재에서 머지않은 보은산 허리에 자리한 ‘강진미술관·강진박물관’이다. 김재영(62) 서울수산 대표가 민물뱀장어 양식업을 하며 평생 모은 재산을 털어 사회환원 차원에서 고향에 세운 개인 미술관·박물관으로, 전국에서 유일한 한옥 미술관이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것과 똑같은 형상의 ‘세종대왕상’(조각가 우희석·남형돈)이 자리하고 있다. 공훈예술가 안명석의 ‘금강산 일만 이천 봉’과 박하룡의 ‘칠보산의 솔섬’과 같은 북한미술 대작을 비롯해 추사 김정희 글씨병풍과 겸재 정선 산수화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 28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 뒤편에는 일제강점기 강진 부호였던 동은 김충식의 별장(강진군 향토문화유산 제34호)이 보존돼 있다. 백두산 소나무를 건축재로 사용해 1929년께 지은 한옥(정면 5칸·측면 3칸)이다. 임방울과 이화중선 등 유명 국악인들을 초청해 공연을 열었던 문화예술 공간으로 쓰였다.

다산 박물관 앞에 조성돼 있는 다산 동상.
◇다산과 혜장선사 오가던 초당~백련사 숲길=1808년 봄에 다산은 처사 윤단의 산정(山亭)으로 거처를 옮긴다. 다산초당이다. 동문밖 주막집(사의재)→고성사(보은산방)→이청 집에 이은 네 번째 거처였다. 다산은 학승인 아암 혜장선사와 학문적인 교유를 하게 된다. 초당과 백련사(만덕사)는 조그만 산 하나만 넘으면 있는 지척거리였다. 다산과 아암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 일부러 백련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산길을 걸어본다. 오르내리는 숲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불과 1㎞거리로, 느릿하게 걸어도 20~30여분 거리다.

초당 입구에 자리한 다산박물관 야외에는 사회명사들이 추천한 다산의 명언을 새긴 ‘다산 말씀의 숲’이 조성돼 있다. 다산의 어록을 읽다보니 거목들로 울창한 숲속을 거니는 듯하다. 다산초당이 위치한 만덕산 줄기는 석문산으로 연결된다. 도로를 가로질러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다.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다보면 ‘짜릿함’과 ‘아찔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만덕산과 석문산을 연결하는 강진 석문공원 ‘사랑+구름다리’
과거에 강진을 찾는 여행자들의 첫 행선지가 다산초당이었다면 요즘은 가우도로 바뀌었다. 강진만 중앙에 자리한 가우도는 강진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이다. 가우도(駕牛島)라는 섬 명칭은 보은산이 소의 머리, 가우도가 소(牛) 멍에(駕)에 해당한다해서 유래했다. 대구면을 잇는 저두 출렁다리(길이 438m)와 도암면을 잇는 망호 출렁다리(길이 716m)로 뭍과 연결돼 있다.

가우도는 ‘팔색조’ 매력을 띠고 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우선 섬내에는 해변을 따라 산과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2.5㎞길이의 생태탐방로 ‘가우도 함께해(海)길’(도보 1시간~1시간 30분 소요)이 조성돼 있다. 또한 복합 낚시공원에서 낚시와 제트보트, 요트, 무빙보트 등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25m 높이의 청자타워에서 출발해 바다를 건너 대구면 저두해안까지 973m 길이의 와이어에 트롤리(도르래)를 걸고 활강하는 레포츠인 ‘짚 트랙’(Zip Trek·공중 하강시설)을 만끽할 수 있다. 라인은 4개로 네 명이 동시에 내려올 수 있으며, 활강시간은 1분 남짓이다. 짚트랙을 이용하려면 대구면 저두주차장(강진군 대구면 저두리 315번지)에 차량을 주차한 후 도보로 저두 출렁다리를 건너서 산책로를 따라 청자타워로 오면 된다. ‘코로나 19’ 여파로 휴업했다가 짚트랙 운영을 재개했으며, 온라인을 통해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남도답사 일 번지’ 강진 여행은 역사와 문화, 자연과 레저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한 폭의 비단을 짜는 듯 한 묘미를 안겨준다. 언제나 설레는 남도 여행길이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