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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에 빌려준 통장에 들어온 피해금 썼다면?
도박자금 등 무단 인출 사용 ‘횡령죄’
법원 “피해금 반환했어야”
2020년 05월 28일(목) 00:00
보이스피싱(전화금융 사기) 조직에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준 30대가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된 범죄 피해자의 돈을 빼돌렸다면 횡령죄에 해당할까.

A(36)씨는 지난 2018년 11월, 모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대출금의 4%를 수수료로 지급하면 대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의 계좌번호를 불러줬다.

해당 조직원은 같은해 12월 비슷한 수법으로 거짓말을 해 A씨 외 또 다른 B씨의 계좌번호를 전달받았고 B씨 계좌를 보이스피싱 범행에 먼저 사용했다.

조직원은 같은해 12월 11일께 “명의 도용을 당해 카드와 통장이 개설됐다. 돈을 보호받기 위해 안전 계좌로 보내라”고 거짓말을 해 피해자 C씨로부터 1600만원을 B씨 계좌로 송금받았다.

조직원은 또 같은 날, 피해자 D씨에게도 “개인정보 유출로 당신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금감원 직원에게 보내라”며 꾀어 1200만원을 B씨 계좌로 전달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이후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잘못 입금됐다. A씨 계좌로 2800만원을 이체하라”고 했다.

A씨는 자신의 은행 통장으로 2800만원이 들어오자 다른 계좌로 2795만원을 이체했다가 10여분 만에 또 다른 은행 계좌로 1630만원을 옮겨놓는 방법으로 빼돌려 도박 자금으로 쓰는가 하면, 추가로 100만원을 생활비로 빼냈다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횡령 혐의를 인정, 징역 8개월을 선고했고 항소심을 맡은 광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진만)는 A씨 항소를 기각하면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지난 2018년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빌려준 사람이 통장에 입금된 범죄 피해자의 돈을 무단으로 인출했다면 횡령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전원합의체는 당시 “범죄 피해자가 피해금을 송금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피해금을 반환해야 하므로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며 “돈을 챙길 뜻으로 인출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금액 중 1000만원이 피해자들에게 반환됐지만 보이스피싱 피해로 송금된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도박 자금으로 사용해 횡령했고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 집행유예기간 중 재차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