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그해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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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그해 오월
시위와 진압, 시민과 군인…색상으로 보여 준 오월 그날
2020년 05월 21일(목) 00:00
김정헌 작 ‘그해 5월 광주의 푸르름’
“밤으로/가는 길이/얼마나 억울하고/얼마나 원통하여//서편 하늘에/가득히//속가슴을 온통/짙붉게 펼쳐 내놓은/아, 넋들의 최후/그리고 시작!”<김준태 작 ‘노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해 보이는 금남로 오월 광장을 걸었다. 5·18 최후 항전지에서 열렸던 40주년 기념식을 보면서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로부터 40년을 되돌아본 광주사람들이면 누구나 이런 감회에 휩싸였을 것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월이면 선명해지는 금남로 은행나무의 푸르름도 서편하늘을 물들이는 노을도 그저 무심하게 아름답다 감탄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도도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아직 규명되지 않은 진상은 오월 넋들의 피맺힌 절규와 눈물로 여전히 우리들을 목메게 하기 때문이다.

김정헌작가(1945~ )의 ‘그해 5월 광주의 푸르름’(1995년 작)은 오월 그날을 색상의 대비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그림이다. 80년 오월, 이른바 그해 오월, 광주시민들과 진압군이 대치하고 있는 장면을 흑백으로 묘사하고 그 위로 눈이 부시도록 푸른 나무를 오버랩하여 차마 하늘도 내려다보지 못하게 나무로 가렸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시위와 진압, 시민과 군인, 죽음과 폭력의 광경을 흑색과 생명의 푸른 나뭇잎의 선명한 대비로 보여주면서 마치 스크린 속 장면인양 비현실적인 느낌을 더한다. 어느 하늘 아래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시민을 무자비하게 살상할 수 있을 것인가.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그해 오월 광주의 비극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1980년부터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일찍이 민중미술운동을 시작했던 작가는 현재는 그림과 말, 그림과 이야기를 융합시키는 작업에 몰두하면서 끊임없이 현실에 대해 발언해오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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