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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섬’ 신안의 자연·문화 다룬 ‘인문지리서’
신안
강제윤 지음
2020년 05월 01일(금) 00:00
김대중 전 대통령, 바둑기사 이세돌, 화가 김환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신안이 낳은 세계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한국 최초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감독인 장대진 고향도 이곳이다.

세계적인 인물만 배출한 것이 아니라 자연 경관 또한 빼어난 곳이 적지 않은데, 그 가운데 기암괴석이 빼어난 섬 홍도를 빼놓을 수 없다.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의 왕국인 신안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20여 년간 한국의 섬 약 400여 개를 답사한 강제윤 시인(섬연구소 소장)이 이번에 발간한 ‘신안’(21세기 북스)은 신안을 조명한 인문지리서다. 보길도가 탯자리인 탓에 ‘보길도 시인’으로 불리는 저자는 지난해까지 광주일보 자매지 ‘예향’에 ‘남도의 섬과 토속음식’을 연재했다. 지금까지 ‘전라도 섬맛기행’, ‘섬 택리지’, ‘걷고 싶은 우리 섬’ 등을 펴낸 데서 보듯 섬들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켜내는 데 주력해왔다.

“신안군의 육지 면적은 서울특별시보다 크다. 바다를 포함하면 신안군의 영역은 서울의 22배나 된다. 그 넓은 영역에서 독립된 섬들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한다. 신안에 사는 사람도 그저 자기 섬 주변, 신안의 일부를 살 뿐이다. 신안을 자주 여행한 사람도 신안의 극히 일부만을 여행했을 뿐이다. 그러니 누가 신안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신안 여행이 신안에 대한 공부로부터 시작돼야만 하는 이유다.”

시인이 책을 펴내게 된 이유다. 책에는 333년 항쟁의 역사가 서린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 하의도를 비롯해 호남 천일염의 시작 비금도, 홍어와 자산어보의 섬 흑산도, 중국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국경의 섬 가거도 등 모두 25개의 섬 이야기가 담겨 있다.

흑산도 서리마을 사촌 서당은 유배 생활을 하던 정약전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지은 것으로, 이곳은 또한 ‘자산어보’의 산실 역할을 했다. <21세기북스 제공>
하의도 피섬 마을 앞바다에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주민들이 사자바위라 부르는 이 섬은 사람 옆모습과 흡사하다. 전망대에는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퇴임 후 마지막으로 고향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무인도에는 애틋한 전설이 내려온다.

오랜 옛날, 피섬마을 뒷산에 고승이 암자를 짓고 사자를 지르며 수도생활을 했다. 어느 날 큰 범이 출몰해 가축과 사람을 해치자, 스님과 사자와 청년들이 합하여 싸웠다. 결국 많은 이들은 물론 스님과 사자도 부상을 입고 죽고 만다.

이후 사천왕이 내려와 스님과 사자를 섬에 안치하라는 부처님의 명을 받고 왔다며 두 사체를 안고 사라져버린다. 그때 하늘에서 ‘때가 되면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사람 형상으로 변한다. 사람들은 그 얼굴을 큰 바위 얼굴이라 불렀고, 그 예언의 인물이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믿고 있단다.

이밖에 책에는 물 반 고기 반이었던 서해의 해금강 다물도, 튤립 축제가 열리는 한국 속 네덜란드 임자도, 자연 생태의 보고 람사르습지로 유명한 장도 등도 소개돼 있다. 원조 섬초를 키우는 시금치밭으로 잘 알려진 수치도와 섬 속에 펼쳐진 사막의 형상이 아름다운 우이도의 풍광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단순한 여행안내가 아닌 섬의 애잔한 속살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풍경과 섬 살이, 지켜져야 할 소중한 이야기까지 발로 뛰며 담아낸 기록은 현장감을 전해준다. 신안 사람들의 특별한 풍경과 이야기 그리고 맛과 멋은 신안을 ‘이야기의 제국’이라 해도 손색이 없게 한다.

저자는 “신안은 이 나라 국토의 끝자락이다. 하지만 땅의 끝은 결코 끝이 아니다. 바다의 시작이다”며 “신안이야말로 세계로 향하는 대문이요 통로다”고 말한다.

<21세기북스·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