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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부처님 오신 날 : 민초들 염원 담긴 오색연등 눈 부시구나
2020년 04월 30일(목) 00:00
이숙자 작‘축일-사월 초파일’
때로 잊고 지내기도 하지만 삶은 고통의 바다임이 분명한 것 같다. 인간사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한 고비 넘겨도 즐거움과 행복은 잠시, 반드시 일정 분량의 고통이 곁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부처가 이 땅에 온 목적도 중생에게 지혜를 일깨우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부처는 이 세계가 고해임을 알고,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번뇌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미망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생기발랄하고 긍정적이면서도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결국 매일매일 일상에서 용맹정진 해야 함을 깨닫는 데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의 풍경은 언제나 지혜를 밝히는 오색 연등과 함께 연상된다. 민초들의 바람만큼 저마다의 사연을 소원지에 담아 매단 연등 아래서 기도하는 모습은 유구한 세월 속에도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같다.

이숙자화백(1942~ )의 ‘축일-사월 초파일’(1997년 작)은 절 마당 가득 줄 지어 서있는 연등 아래 고개 숙이며 소원을 비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두 손 모아 몸을 낮춰 기도하는 어머니와 막 허리를 편 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그지없이 경건하다. 아마 짐작컨대 자식에 대한 한없는 관심과 사랑의 언어로 기도하는 것이리라. 풍부한 색채감각과 리얼리즘에 기초한 감각적인 회화세계를 펼쳐왔던 화백답게 연등과 팔각등의 색상과 구성에서도 현대적 미감이 느껴진다.

코로나 19감염방지를 위해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봉축 업요식은 한 달 후에 열리지만 이미 사찰마다 형형색색 걸린 연등이 푸른 하늘 아래 눈부시다. 사월 초파일이면 가장 정갈한 차림으로 불공드리러 가는 외할머니를 따라 절에 가서 비빔밥과 절편을 맛나게 먹었던 기억도 아련하다. 그림 제목처럼 봄날 사월 초파일은 어린 마음을 마냥 들뜨게 했던 축제의 하루였던 것이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