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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은 왜 딴 주머니 차려 하는가
2020년 02월 19일(수) 00:00
장 필 수 부국장·제2사회부장
얼마 전 목포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민국 관광거점도시’에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관광거점도시란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도시를 선정해 세계 수준의 관광지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수도권에 치우친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방 확산을 유도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목포를 비롯해 부산, 전주, 강릉, 안동 등 거점별로 5개 도시가 선정됐는데 이들 도시에는 5년간 국비를 포함해 1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뉴스에 묻혔지만 목포는 물론 지역 관광업계를 들썩이게 할 만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부터 전남 서남권 관광의 핵으로 뜨고 있는 목포가 이제는 ‘관광 전남’을 넘어 대한민국 서남권 관광의 메카로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전남 관광은 여수와 순천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이 주도해 왔다. 여수는 국내 최대 관광지로 2018년 정점을 찍었지만 여전히 ‘핫한’ 여행지이고, 순천은 순천만정원이란 보석으로 인해 꾸준히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전남을 찾는 연간 5000만 명의 관광객 가운데 2000만 명이 여수·순천에 집중돼 있다.



관광산업 상생 방안 찾아야



하지만 지난해 신안 천사대교 개통과 국내 최장의 목포 해상케이블카 운영 등으로 전남 서남권으로 관광의 추가 움직이고 있다. 목포만 보더라도 관광 인프라 구축에 근대 역사문화 공간 조성과 아울러 맛의 도시로 인식되면서 2018년 250만 명에 그쳤던 관광객이 1년 만에 400만 명이 늘어 지난해엔 650만 명을 돌파했다. 진도는 지난해 7월 개장한 쏠비치 영향에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 효과’까지 겹쳐 5년 만에 관광객이 네 배나 불어나면서 세월호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다. 신안도 천사대교로 연결된 자은·암태·팔금·안좌도를 중심으로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재가 넘치는 전남과 달리 광주는 관광객들을 유인할 만한 재료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 주상절리나 아시아문화전당 등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특별히 볼 만한 관광지가 드물고 5·18민주화운동 등 다크 투어리즘 같은 콘텐츠도 아직 상품화가 덜 된 것 같다. 이 때문에 광주는 전국 7대 광역시 가운데 울산 다음으로 관광객 수가 적다. 지난해 광주를 찾은 관광객은 전남에 비해 고작 7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관광 호재가 넘치는 전남과 관광도시로 외면받는 광주의 현실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현장을 뛰는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전남과 박람회 등 대형 이벤트 및 쇼핑에 장점이 있는 광주가 손을 잡으면 된다고 말한다. 광주와 전남을 잇는 연계 관광 상품만 내놓더라도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광주와 전남이 관광재단을 따로 만들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용섭 광주 시장과 김영록 전남 지사는 취임 초기 공동 관광기구 설립을 약속했지만 결국 별도로 관광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까지 나서 공동 관광재단 설립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광주시와 전남도는 각자의 길을 선택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관광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독자적인 관광재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생활 문화권이 같고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금방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도가 따로 관광재단을 설립하는 속내가 조직과 인사권을 상대편에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광주전남연구원의 전례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시·도는 따로 운영하던 연구원을 광주·전남 상생 과제 1호로 통합해 운영한 이후 인사와 조직 운영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왔다.



재단 따로 설립은 공멸의 길



그러니 마찰을 빚는 것보다는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지분 100%를 갖는 기관을 갖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각기 딴 주머니를 차기로 한 것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지역민들은 혈세 낭비 못지않게 시너지 효과 상실에 따른 관광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별도 관광재단 설립 중단이 늦었다면 컨트롤 타워라도 통합하는 것이 광주·전남 관광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