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심각한 산후우울증 무작정 참으면 극단적 상황 올 수도
<건강 바로 알기>
호르몬 급격 변화로 감정기복 커지고 예민 우울해지기 쉬워
산모의 정신 건강과 아동 발달 해쳐 … 가족 전체 위기 초래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주연 교수
2020년 02월 02일(일) 17:15
전남대병원 이주연 교수가 출산후 심리 불안을 겪는 주부와 상담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제공>
임신을 한다는 것은 부부의 출산 가능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한 자녀의 부모가 된다는 축복의 과정이다. 동시에 임신 과정 동안 여성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임산부의 신체적, 심리적 변화는 임신과 출산에 관여하는 호르몬 변화에 의한 영향이 크다. 특히 임신 초기와 출산 후에는 이러한 호르몬이 급격하게 변하며 감정기복이 커지고 예민하고 우울해지기 쉽다.

임신과 관련된 우울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산후우울감(postpartum blue)’으로, 출산 후 일시적으로 슬프고 우울해지는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산후우울감은 출산 후 80~90%이상 보고될 정도로 흔하게 느낄 수 있는 우울감으로 대개 1~2주 안에 증상이 소실된다. 둘째,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이 있다. 출산 후 10~20%에서 경험하는 산후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기쁨의 상실과 더불어 수면장애, 기력저하, 무가치감, 부적절한 죄책감, 집중력 감소,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 등의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셋째, ‘산후정신증(postpartum psychosis)으로 산모의 1% 내외로 경험하며 망상, 환각과 같은 현실검증의 문제가 생기는 증상으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산후우울증의 원인=생물학적, 심리사회적 요인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얽혀져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 심리사회적으로는 원치 않은 임신, 분만 후유증,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 배우자나 주변 도움의 결핍, 임신 중의 스트레스, 개인 및 가족의 정신질환 유무, 육아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된다.

산모는 이러한 산후우울증을 증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출산 후 다양한 변화에 대한 심리적 혹은 신체적 어려움으로만 여기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럴 경우 진단이 지체되어 산모의 증상이 악화되고 자살을 시도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

산후우울증은 아이의 양육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산후우울증이 있는 엄마는 자녀양육에 심한 중압감과 죄의식을 느끼며 아이를 대하게 된다. 아이의 표현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이 귀찮아지고 짜증이 늘면서 아이에게 거칠게 행동하기도 한다.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의 원인 가운데 산후우울증을 들 수 있는데, 산후 우울증을 제때 진단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신체·정서학대나 방임과 같은 심각한 아동학대와 같은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산후우울증으로 엄마와 충분한 정서적 교감과 안정적인 애착형성을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성장과정에서 사회적, 정서적, 인지적 발달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보고가 많다.

◇주변 도움은 필수, 정신의학적 치료=그렇다면 산후우울증은 어떻게 도와줘야할까? 무엇보다 산후우울증 치료에 있어 산모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적인 지지와 도움이 필수다. 자주 보채고 불규칙적인 잠을 자는 영아를 돌보는 산모는 늘 충분히 쉬지도 잠을 잘 수도 없다. 주변에서는 산모가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양육을 적극적으로 도와야한다. 산모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주변에 자신의 증상과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말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심하고 지속될 경우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산후우울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심리치료와 항우울제 복용 등의 방법이 있다. 산후우울증은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고 복용 후 2개월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증세가 호전된다. 그러나 산모는 약물에 대한 오해와 모유수유를 이유로 약물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전문가의 평가에 따라 우울증의 위험과 약물로 인한 모유수유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렇듯 산후우울증은 산모 개인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고 아동의 정상발달을 방해하는 등 가족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산후우울증 치료는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산후우울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주변에 도움을 구하고 전문가를 통해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채희종 기자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