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꿈을 쏘다 <4> 지휘자 박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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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꿈을 쏘다 <4> 지휘자 박승유
연주자들과 호흡 관객과 소통 온전히 연주에 집중합니다
15세 때 오스트리아 유학 첼로 전공
2011년 빈 국립음대서 본격 지휘 공부
빈필 전용 뮤직페어라인서 지휘자 데뷔
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 예정
대학서 강의…인문서 발간도 준비
2020년 01월 14일(화) 20:00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한 박승유 지휘자는 귀국 후 K아트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휘의 매력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을 연주자들과 함께하면서 하나가 되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지휘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지휘를 통해 관객들에게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고 굉장한 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2003년 15세의 나이로 오스트리아 유학길에 올라 잘츠부르크 모짜르테움 국립음대에서 첼로를 전공, 첼리스트로 활동했던 박승유(34)씨가 지휘자로 변신해 돌아왔다.

박 씨는 2011년 빈 국립음대 지휘과에 입학해 지휘공부를 시작했고 학사, 석사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후 시메온 피론코프 교수에게 최고연주자과정을 수학했다. 이후 2016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상주하는 뮤직페어라인 황금홀에서 빈 국영방송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공식 데뷔했다.

“첫 데뷔무대가 아직도 생생히 생각나요. 사실 공식 데뷔 전에도 지휘자로 크고작은 무대에 섰지만 황금홀에서의 지휘는 특별합니다. 200년 역사를 지닌 황금홀에서 수많은 지휘자들이 섰던 자리에 똑같이 선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오묘했어요. 2000석이 넘는 좌석이 꽉찼었고 무대가 끝난 후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처음부터 지휘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는 박 씨는 유학 당시 첼로 연주자로 시작해 음악가, 예술가를 넘어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후 10대~20대를 연주자로 살았으니 음악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지휘에 발을 들이게 됐다.

“처음 지휘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놀라셨어요. 지휘를 정식으로 하기 전 뮤지컬 두 편을 직접 기획하고 연출해 무대에 올려 지휘한 것을 보시더니 괜찮다고 생각하셨나봐요. 첼로로 석사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생일날 아빠께서는 지휘봉을 선물해주셨어요. 아마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허락의 의미였던 것 같아요.”

박 씨는 또 “첼리스트 때보다 지휘자로 무대에 섰을 때 더 온전히 연주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며 “관객석을 바라보고 연주할 때보다는 부담이 적지만 확실히 첼리스트 때와는 역할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지휘는 단독으로 소리를 내지못하고 혼자서는 연습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주자들과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무대 위에서 함께 호흡하며 소리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게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지휘자들이 경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의 경우 젊은 지휘자를 양성시키는 차원에서 부지휘자 등 다른 명칭의 지휘자를 많이 고용한다. 박 씨는 “한국 같은 경우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아야 무대에 설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나 말고도 다른 젊은 지휘자들이 활동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첼로 리사이틀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악기는 하루, 이틀 잠깐이라도 손을 놓게 되면 기량 자체가 무너지고, 어린시절 첼로를 연주하던 박승유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주변에서 지휘자로 자리잡으려면 첼로는 당분간 멀리하는게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해요. 외국에서는 지휘와 연주를 동시에 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한국은 좀 달라요. 지휘자를 연주자보다 높은 직급으로 보는 거죠. 아무래도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통솔하는데 있어서 책임은 더 따르겠지만 연주자와 레벨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박 씨는 평생의 선생님이 베토벤이라며 자신의 방에는 빈 베토벤 기념관에서 사온 흉상이 있다고 말했다. 아침마다 그 흉상과 인사한다는 그는 베토벤이라는 작곡가가 가지고 있는 인류애와 에너지를 음악을 통해 느낄때마다 전율이 흐른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 되는 해이기 때문에 그의 음악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박 씨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주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할 예정이다.

“올해 학교(성신여자대학교) 강의 과목이 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사실 교육에는 전혀 뜻이 없었어요. 저는 운이 좋게도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래서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죠.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귀국 후 제일 먼저 맡은 일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거였어요. 부담스럽긴 하지만 어렸을 적 독일어로 공부했던 음악을 지금 다시 한국어로 접하니까 저에게도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음악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데 관심이 많은 박 씨는 음악분야 인문서 발간도 준비중이다. 전문적인 이론서를 비롯한 좋은 책들이 많지만 비전공자나 클래식을 쉽게 접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책을 쓰고 싶다. 모차르트 등 친숙한 작곡가들의 삶을 에피소드로 풀어내며 일러스트도 함께 수록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음악가로서 숙제가 많아요. 비전공자를 비롯한 일반 대중에게 더욱 쉽게 다가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클래식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 좀 더 쉬운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해외공연도 있어 당분간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활동할 계획입니다.”

박 씨는 음악가족이다. 그의 어머니는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표 김유정씨이며 동생은 빈 국립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바이올리니스트박승원이다. 박 씨는 2013 그라츠 국제 지휘 콩쿨 2위, 2015 런던 국제 지휘 콩쿨 우승, 2018 부카레스트 국제 지휘 콩쿨 2위·청중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한국지휘자협회 최우수 지휘자로 선정됐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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