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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의 가치, 돈인가 아름다움인가 (291) 경매
2019년 11월 28일(목) 04:50
뱅크시 작 ‘모론’
최근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1913~1974)작가의 점화 시리즈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이자 유일한 두 폭 그림인 ‘우주’가 132억 원에 낙찰되어 화제다. 한국적인 구상적 아름다움을 승화시켜낸 추상화가로 한국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던 작가가 세계 미술계에서도 한층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경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진 것 같다. 미술품 경매가 아직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예술의 가치를 평가할 확고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경매에서 거래된 예술작품이나 가격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예술의 가치를 미적? 미술사적으로 중요하거나 예술의 의미 있는 발전상을 보여주는 작품에서 찾기보다 경매나 아트 페어 등 미술시장에서 얼마에 거래되었는가를 더 비중 있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예술가들은 만나면 돈 이야기를 하고, 은행원들은 예술작품 이야기를 한다는 말이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일 게다.

영국의 현대 예술가, 그래피티 아티스트,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뱅크시(1974~ )의 작품 ‘모론(Moron 바보)’은 아예 “이 쓰레기를 사는 바보 같은 당신들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쓴 작품을 포함해서 경매하고 있는 현장의 분위기를 그린 그림이다. 예술을 진정으로 좋아 하기보다 경매에 참석해서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예술계의 비중 있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세속적 욕망을 은연중에 풍자하고 있다. 뱅크시의 작품에서처럼 ‘자기 과시’를 위해 비싼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터이지만.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칭하기도 하는 뱅크시는 지난해에 자신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가 경매장에서 15억 원에 낙찰 된 직후 작품 프레임 밑에 장치해 둔 분쇄기를 원격으로 조정해 그림을 파쇄 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부르주와 취향의 상업적 미술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뱅크시의 작품 또한 높은 가격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 참 묘하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