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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와 닮아 더 아픈 ‘피의 저항’ (289) 홍콩
2019년 11월 14일(목) 04:50
그래엄 딘 작 ‘해외 특파원’
홍콩발 뉴스를 접할 때마다 80년 5월 광주생각이 난다. 그때도 그랬겠구나. 광주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민주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피 흘리며 투쟁했지만 먼 나라 사람들이 외신을 통해 전해들은 뉴스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렸겠구나. 우리 땅에서 벌어진 사태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갖는 사람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홍콩시위사태가 여섯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그동안 무관심했다가 시위도중 추락한 대학생이 나흘 만에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 5월 상황이 연상되면서 기시감도 들었다. 젊은이들의 희생이 더욱 가슴 아팠다. 일찌기 김수영시인이 절규했듯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어야 하는지”를 안타까워하며 하루빨리 평화로운 해결이 되길 바라본다.

영국작가 그래엄 딘(1951~ )의 작품 ‘해외 특파원’(1987년작)은 어쩐지 광주 5월을 조심스레 취재해야했던 당시의 해외특파원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꼭 시위현장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만 같은 창밖의 군중들을 내려다보면서 상황파악에 열중하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비장해 보인다.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현장 등 요즘에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건들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이어 세상 소식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으나 그럴수록 어디에선가는 여전히 진실보도를 위해 현장을 누비는 특파원들의 눈부신 활약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엄 딘은 인간과 세상과의 복잡한 관계를 일러스트레이션처럼 경쾌하게 그리면서도 표현주의 기법으로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투명함과 불투명이 겹쳐진 뉘앙스를 살린 수채화 기법의 노련한 활용으로 해외 특파원이라는 인물의 직업적인 분위기를 긴박하게 보여준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