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5·18 계엄군 사망자 ‘전사자’표기 수년 방치
오인사격 숨진 12명 등
22명 현충원 묘비 전사자 둔갑
권익위·인권위 재심 요구 외면
보훈처 정정 작업 뒷짐
2019년 10월 11일(금) 04:50
광주시민을 학살한 5·18 계엄군 사망자들의 ‘전사자’(戰死者) 표기가 수년째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국가보훈처는 국방부에 검토 의견만 요청했을 뿐 실질적인 후속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장병완 무소속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계엄군 23명의 전사 표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보훈처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장 의원을 비롯한 일부 국회의원들은 5·18 당시 사망한 경찰은 ‘순직’으로 처리된 반면 계엄군 사망자는 ‘전사자’로 등록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내용이었다.

‘군인사법’ 제54조의2(전사자 등의 구분)에 의하면 전사자는 ‘적과의 교전 또는 무장 폭동·반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인한 사망한 사람’, 순직자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28묘역과 29묘역에는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계엄군 23명이 안장돼 있다. 28묘역에는 부사관 이하 사병 20명이, 29묘역에는 위관급 장교 3명의 비석이 있다. 오발사고로 사망한 A일병을 제외한 22명의 비석에는 ‘광주에서 전사’라고 새겨져 있다. 이들은 화랑무공훈장(4급, 5명), 인헌무공훈장(5급, 6명), 무공포장(10명), 보국포장(1명) 등을 받았으며 서울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5·18에 대한 새로운 기록과 증언이 발굴되고 연구가 지속되면서 계엄군 사망자 22명은 대부분 기록을 왜곡해 전사자로 등록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 5월24일 송암동에서 전교사 보병학교 교도대와의 오인사격 때 숨진 11공수여단 부대원 9명, 같은 날 광주톨게이트에서 발생한 전교사 기갑학교와의 오인사격으로 숨진 31사단 부대원 3명 등이 전사자로 둔갑했다.

지난해 국감 당시 의원들은 국방차관과 보훈처장 등에게 계엄군 사망자를 순직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이 사안을 검토해 ‘전공 심사 재심 요구’를 주문했었다.

1년이 지난 현재 보훈처는 국방부에 검토 의견만 요청하고 후속 조치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권익위나 인권위 등도 사안을 해결하려는 논의를 하지 않았다.

장 의원은 “이 문제를 하루빨리 바로잡기 위해 보훈처를 중심으로 국방부·권익위·인권위를 망라한 국가기관들이 모두 참여해 범정부적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장 의원은 유족회 등 5·18 단체들이 공법 단체로 지정되지 못하면서 광주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 임대료를 내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도 꼬집었다. 장 의원은 보훈처에 5월 단체를 공법단체로 지정하는 내용의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