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업힌 아이가 더 안도감 크게 느낀다 (283) 어깨 너머의 세상
2019년 10월 03일(목) 04:50
박수근 작 ‘아기 보는 소녀’
해마다 가을이 되면 유독 돌아가신 엄마가 많이 생각난다. 특히 추석 성묘를 다녀오는 길에 더욱 그렇다. 유난히도 엄마 등에 업혀 병원을 갔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엄마가 그리웠다. 몸이 약했던 어린 날, 꼭 한밤중이면 고열이 나곤 했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정신없이 딸아이를 업고 밤을 달려 병원을 찾아갔는데 온 동네 개들이 컹컹 짖어대던 장면과 엄마의 따스한 등이 지금도 가슴에 가득 차오른다. 그 사랑의 유전자로 딸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주 업어주려 했었던 것 같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아기와 외출할 때 등에 업는 대신 아기띠나 힙시트 캐리어 등으로 아기가 앞을 보게 안는다. 엄마의 두 팔은 자유로울지 몰라도 아기는 세상의 모든 풍경과 바람을 엄마보다 먼저 마주하기에 스트레스가 크다고 한다. 아기는 등에 업혀 엄마아빠의 어깨 너머로 살짝살짝 보이는 세상을 마주할 때 안도감과 평화를 느낄 수 있다고 하니 육아도 옛날 방식이 좋았던 것 같긴 하다.

서양에서는 아기를 업기보다 안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수없이 묘사된 성모자상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린 그리스도를 안고 있기는 해도 업고 있는 성모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의 경우 바쁜 엄마를 대신해 어린 아이가 아기를 업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림에서도 아기 업어주는 모습은 고금을 통해 자주 만날 수 있다.

아기를 업은 소녀 혹은 엄마의 모습을 즐겨 그리던 화가로는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의 이상상’을 보여주었던 박수근작가(1914~1965)가 으뜸이다. 박수근작가의 ‘아기 보는 소녀’(1963년 작)는 누나 아니면 언니가 동생을 업고 어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소녀의 어깨 너머로 세상을 내다보는 것 같은 아기의 반쯤 보인 얼굴이 사랑스럽다. 소녀의 등에 숨어 거센 세상의 풍파도 두렵지 않은 듯한 아기의 안도감이 전해진다. 회백색 계열의 색조와 화강암이 연상되는 오톨토돌한 작가 특유의 질감이 아기 보는 소녀의 애틋한 서정을 더해준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