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전체메뉴
교단에서
[김진구 일신중 교감] 까치 배 바닥 같은 소리
2019년 09월 10일(화) 04:50
‘까치 배 바닥 같은 소리 하고 있네’란 말이 있다. 허풍쟁이나 흰소리 잘하는 사람의 말을 두고 비꼬는 의미다. 자신의 잘못이나 결점은 모르고 남의 흉을 거리낌 없이 보는 어리석은 사람의 말이다.

까치는 배 부위가 흰색이다. 어깨나 날개깃에도 약간의 흰색이 있지만 대부분은 검은색이다. 까치가 고개를 숙여 깃털 손질을 하면 배에 있는 흰색만 보이니 자기를 희다고 착각한다. 검은 까마귀나 다른 새들을 보고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까악 까악 비웃는다. 그래서 자신과 가족 또는 끼리끼리 자기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너그러우면서, 상대방에게는 엄격하고 혹독하게 요구하는 목소리를 ‘까치 배 바닥 같은 소리’라고 한다.

학교운영위원장이 장학금을 보내왔다. 매년 이렇게 사재를 내놓는다. 학부모도 아니고 자녀가 우리 학교에 다닌 적도 없다. 학교 근처에 산다는 인연으로 학교를 돕고 싶다며 운영위원장의 역할도 맡아주시고 장학금도 기부한 것이다. 장학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돈보다 마음이 먼저 나서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학교의 장학금 지급 요건 및 규정은 1.학비 부담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기본 전제) 2.학교생활에서 모범이 되는 학생 3.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다. 1의 조건을 충족하고, 2와 3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학생을 선정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최우선이다. 작은 중학교 장학금 지급 규정도 이렇게 엄격하다. 이번에도 각 학년에 공지하여 학년별로 두 명씩 1차로 여섯 명을 추천받았고, 장학생선정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하여 학년 당 한 명씩 30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였다. 추천 사유를 보면 여섯 명 모두 눈물겨운 사연이고 생활이었다. 모두 다 주어야 할 형편이었다. 그래도 장학금을 주신 분의 포근한 손길이 어느 학생에게 더 필요한지 고심하면서 선정하였다.

예전 장학금은 학업 성적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국가 장학금, 근로 장학금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우선 지원하는 추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장학금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수십 억 재산이 있으니 가정 형편도 아니고, 두 번의 유급이니 학업 성적도 아니다. 장학금을 받을 명분이 없다. 반복되는 말은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줬다는 것뿐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연속 2회, 부산대 의전원에서 연속 6회. 한두 번이야 그렇더라도 이렇게 내리 연속은 보통 학생은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만약에 신청도 하지 않은 장학금이 계속 나온 사실을 알고 형편이 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반납했거나, 반납하라고 아버지로서 조언을 했다면 백성들은 더 높은 벼슬자리로 모시자고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트위터로 흙수저와 개천의 민초들을 어루만져 주었으니 언행일치의 표상이 아니겠는가. 명분 없는 장학금이 구름 위로 날아오르는 용에게 가지 않고 개천의 붕어, 개구리, 가재에게 갔다면 그가 수많은 글에서 꿈꾸던 따뜻한 세상으로 한발 더 다가가지 않았을까.

밝은 보름달도 가까이 보면 흑점이 있듯 인간이 살면서 실수나 허점이 있지만 남의 가슴을 후볐던 그 예리한 필설 때문에 실망이 큰 것이다. 본인이 개천에 살면서, 붕어에게 ‘그래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어, 그냥 흐린 개천이지만 아옹다옹 살자’했으면 수긍이 가지만, 용이 저 아래 민초들에게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 경쟁하지 말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데 힘을 쏟자!”하니까 많이들 화가 난 것이다. 백팩을 메고, 텀블러를 들고, 간혹 좌에서 우로 쓸어 넘기는 긴 머리카락의 스마트한 연출도 2009년 가입 이후 10년간 하루 평균 몇 건씩 올려야 가능한 1만 5000여 개의 까치 배 바닥 같은 트위터에 무너진 것이다. 지역과 언어를 넘어서 개인 간, 대중 간의 양방 소통의 시대, 모든 것이 기록되고 실시간 확인 가능한 이 시대에는 영웅의 탄생이 어렵다고 한다.

말조심 하라는 당나라 재상 풍도(馮道)의 ‘설시’(舌詩)가 있다. “입은 재앙이 드나드는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舌是斬身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閉口深藏舌), 머무르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安身處處牢).” 까치는 대부분 검은색이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