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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사일언
2019년 06월 12일(수) 04:50
‘양아치’ ‘찌질이’ ‘달창’(달빛 창녀단) ‘청와대 폭파’ ‘걸레질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막말들이다. 이뿐만 아니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와 관련한 ‘골든타임 3분’, 세월호 유가족과 5·18 유공자 비난 발언 등 정치권 막말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들의 막말은 그러나 우발적인 실수로 보기 어렵다. 다분히 ‘계산된 도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내 편’과 ‘네 편’을 갈라 지지층 결속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혐오를 통해 자신들의 세(勢)를 불리는 후진적인 정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여당의 무기는 말뿐’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오죽했으면 대한민국 제 1야당 대표가 최근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심사일언’(深思一言)을 당부하고 나섰을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전현직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 파문으로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깊이 생각하고 말하라’는 사자성어로 ‘막말’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하지만 ‘쇠귀에 경 읽기’인지 저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한 번의 말을 하기 위해 세 번을 생각해 보라’는 공자의 ‘삼사일언’(三思一言)은 일상에서 말의 신중함을 일깨워 주는 고사성어다. 진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말이 됐다. 말은 곧 그 사람의 품격(品格)이다. 함부로 내뱉은 말은 남에게 상처를 주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범죄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권에서 균형감을 잃은 막말은 상대에 대한 공격보다는 자신에게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돌아와 해치기 십상이다.

정치 지도자의 말에는 좋은 생각과 굳건한 의지가 담겨 있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지층의 확대로 이어갈 수 있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 이제 삼사일언의 교훈을 실천으로 옮겨야 하지 않겠나.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