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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그림?…옹졸한 지배계층의 오만 (255) 속화(俗畵)
2019년 01월 31일(목) 00:00
김홍도 작 ‘고기잡이’
인간의 생활상을 그림의 대상으로 삼은 풍속화가 조선 후기에는 ‘속화’라 불리우기도 했다. 당대 사대부들이 양반 지식층의 감상화에 대비하여 풍속화가 ‘저속한 계층의 삶을 담은 그림, 더 나아가 일상의 삶 자체가 속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경제력과 민중의식이 성장하면서 풍속화가 당당한 회화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자 문화적 우월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지배 계층이 옹색하게 표현했을 수도 있겠다.

서양 미술사에서도 당대 고전적 전통의 회화와 대비하여 멸시적인 의미를 담은 ‘고딕’ ‘매너리즘’ ‘바로크’ 등의 명칭이 만들어졌다가 미술사적 재평가로 바로 잡아졌듯이 풍속화도 더 이상 속된 그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최근 문화재청이 우리나라 어촌 지역에서 전승된 전통어로방식을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는 뉴스를 아침 신문에서 접하고 반가운 그림 한 점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전통 어로방식은 지난 시대의 문헌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지만 바닷가 해안의 생활을 모르는 사람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김홍도의 ‘단원 풍속화첩’에 수록된 풍속화 중의 한 점인 ‘고기잡이’이다.

김홍도(1745~1806)의 ‘고기잡이’는 물고기 떼가 잘 드나드는 바다 한 가운데에 대나무 발인 어살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 갇힌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에는 세 척의 배가 등장하는데 어살 안에서 잡은 고기를 맨 위쪽 배에서 건네받아 항아리에 싣고 있고, 가운데 배에는 부뚜막에 얹혀있는 두 개의 솥 으로 보아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맨 아래쪽 거룻배 역시 고기를 싣기 위해 대기 중에 있다. 뱃머리에는 어부가 잡은 물고기를 손에 들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풍성하고 왁자지껄한 어장의 분위기를 실감케 하는데, 어살의 대나무 위 고기떼를 따라 물새들이 앉았다가 휘리릭 날아들고 있는 모습에서는 김홍도의 시정어린 감성도 살짝 엿보인다.



<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