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미디어아트도시를 꿈꾸다 <9> 독일 칼스루헤 ZKM<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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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미디어아트도시를 꿈꾸다 <9> 독일 칼스루헤 ZKM<하>
“디지털 테크닉·예술 시민에 제공” ZKM 비전 옳았다
디지털 아트 개념 없던 30년 전 센터 설립…비전 갖고 사업 추진
무료 교육형 체험 프로그램·센터 밖 스킨십 ‘시민’ 참여 강조
18세기 칼스루헤성 ‘궁전 라이트쇼’ 등 ZKM만의 콘텐츠 박차
2018년 10월 25일(목) 00:00
지난 2015년부터 ZKM이 여름밤 칼스루헤성에서 진행하고 있는 ‘라이트 쇼’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ZKM 제공>






ZKM에서 열리고 있는 ‘오픈 코드 Ⅱ’ 전시 모습.










내년이면 개관 30주년을 맞는 ‘ZKM(Zentrum fur Kunst und Medien·예술과 미디어 센터)’이 자리한 독일 중소 도시 칼스루헤(Karlsruhe)는 아직 유네스코 지정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오랫동안 미디어 관련 예술을 도시 정체성의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점에서 의외였다. 취재 중 만난 관계자들은 “칼스루헤시의 경우 아직은 ZKM 공간 안에서만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에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도시 전체로 분위기를 확대해 가고 있는 터라 올해와 내년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가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ZKM’이 공을 들이는 부분 중 하나는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다. 30년전 센터의 설립 이유가 “디지털 테크닉과 예술을 모든 사람에게 공개·제공하고 현대 시대를 준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비전이다.

1층 메인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 전시 ‘오픈 코드 Ⅱ’는 이런 이념을 구현한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 교육형 체험 프로그램인 이번 전시는 다른 대형 전시와 달리 ‘무료’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VR, AR, 로봇, 홀로그램, 블랙체인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와 예술이 어우러진 40여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직접 다양한 체험을 하며 전시에 몰입했다.

특히 꼭 작품 관람이 아니더라도 학생 등 방문객들이 ‘공간’ 자체에 오래 머물며 토론하고, 사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배치한 전시장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공간 곳곳에는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사과, 바나나 등 과일이 곳곳에 놓여 있고 커피와 각종 차 등도 무료로 제공됐다. 또 ‘휴식’ 시간을 위한 탁구대와 축구게임기 등도 갖춰 놓았다.

ZKM은 시민들과의 접점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역 최고의 관광지로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칼스루헤성을 활용한 ‘궁전 라이트쇼(SCHLOSS LIGHT SPIELE)’다. 첫 행사가 열린 해는 칼스루헤 도시가 생긴 지 300주년 되는 해였다. ZKM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춘 많은 작가들을 초대해 작품을 제작하고 약 6주 동안 궁전 벽면을 배경으로 화려한 미디어쇼를 진행한다. 쇼는 해질 녘부터 밤 11시까지 진행되고, 시민과 관광객들은 궁전 앞 잔디밭에 앉아 포도주 등을 마시며 ‘한여름밤의 꿈’을 만들어간다.

ZKM 1층의 파노라마 랩 역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이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으로 보내면 ZKM 연구자가 개발한 기계가 ‘스스로’ 사진을 선별하고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연령대와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ZKM은 디지털 음악을 주제로 한 기가 헤르츠 축제, ARD방송국 댄스페스티벌 등 시민과 친숙한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센터에만 머물지 않고 시내로 나가 콘텐츠를 보여주는 등 직접적인 스킨십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 ‘가족의 날’ 등 다양한 오픈 데이를 통해 ZKM을 알리고 있다.

5층 규모의 공간 구석구석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2층 한쪽에서는 몸에 칩을 단 무용수와 미디어 아티스트가 대형 모니터에 영상을 띄우며 작품을 구상중인 모습도 보였다. “전 세계가 갖고 있지 않은 ZKM만의 것”을 보여주는 전시를 만들어가고 있는 ZKM은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한국 백남준 아트센터, 중국 상하이 크로노스 아트센터와 각각 작가를 선정, 신작을 순회전시 중이다.

시 정부와 주 정부가 함께 예산을 투입해 설립한 ZKM의 전체 운영 자금은 시·주 정부가 공동으로 분담하고 있다. 국가에서는 프로젝트별 지원을 받는다. 100여명이 근무하는 센터의 한해 예산은 약 160억원. 이중 25% 정도는 센터가 전시, 개발, 마케팅 등을 통해 충당한다. 시민들에게 좀 더 좋은 전시를 보여주고 많은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후원자를 개발하고 기금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한 미션이다.

크리스티아내 리델 디렉터는 “센터 건립이 아이디어일 당시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박물관 등을 둘러보며 정보를 얻는 등 롤모델처럼 삼기도 했지만 비전, 도시규모, 관광객수, 예산, 후원금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어 전략을 수정했다”며 “지금은 ZKM에서만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독일 칼스루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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