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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미래 혁신학교에 가다] ⑤ 세계교육수준 1위 핀란드
경쟁보다 평등 … 학년도 성적도 없는 공동체 교육
2017년 11월 07일(화) 00:00
핀란드 야르벤빠 공립고 학생들이 실험 과목 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핀란드=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는 미국이 갖지 못한 시스템을 ‘빼앗아’ 오는 게 줄거리다.

감독은 한국전쟁부터 베트남, 이라크전쟁 등 지기만 하는 전쟁을 치르는 장성들에게 휴식을 권하는 대신, 필요한 것을 빼앗아 오겠다며 성조기를 들고 ‘침공’에 나선다.

그가 이탈리아 휴가제도, 프랑스 학교 급식 등과 같이 해당 지역에 성조기를 꽂고 ‘압수’하겠다고 목록에 올린 것 중 하나가 핀란드 교육제도다.

특히 마이클 무어 감독이 빼앗아 오기를 희망하면서 언급하는, ‘시험 과목이 아닌 교과는 없애고 취업에 도움이 안된다며 과목을 안 가르치는’ 미국 교육은 우리 ‘상황’과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영화는 교육 수준이 세계 1위인 핀란드 교육의 장점을 숙제가 없는 자율적 분위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권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적 태도를 갖도록 권한다는 점을 꼽는다.

“(학생 때가 아니라면) 언제 놀고 언제 친구를 사귀고 언제 성장하겠어요?”라고 말하는 핀란드 학교 교장의 말은 학생들의 자율성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는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다. 비결이 뭘까.

◇무학년제…협력·평등교육=지난 9월 찾은 핀란드 헬싱키 라또까르타노 종합학교(Latokartanon Peruskoulu)는 학생 친화적 공간에서 자율성을 띤 학교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무학년제’ 시스템에 따라 수업을 받는다. 1∼9학년(만 7∼16세)까지 연령이 다른 학생들이 소규모 그룹에 속해 졸업할 때까지 함께 교육을 받는다.

한국 교사들이 듣는다면 “그럼 진도는 어떻게 나가지?”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하지만 학생 간 경쟁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학습을 중요시하는 만큼 일렬로 줄 세우는 우리 교육 시스템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게 기본 현실이다.

이 학교의 경우 학년이 시작될 때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학생 수준에 맞는 1년의 목표를 정하고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따지는 평가 방식으로, 성적도 5학년까지는 매기지 않는다.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서 수업 시간에 제외되는 일도 없다.

학생들은 또 졸업할 때까지 하나의 그룹에 속해 생활하는 시스템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간다는 게 담당 교사 설명이다.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라우라 마리아 시니살로 교사는 “학교의 차별화된 교육과정과 운영 계획은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고민해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무학년제 교육도 교사 간 팀 워크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유연한 수업 방식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가 들어가 수업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맡아 교사·학생 간 소통 및 협력수업을 이끌어간다. 교실 구조도 각 학년별로 ‘홈 지역’을 두고 교실 2곳을 하나의 유리벽으로 연결, 언제든지 협력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핀란드 야르벤빠(Jarvenpaan Lukio) 고교는 ‘대학’ 같은 고교다. 학생 자신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 300개 과정 중 필수(47∼51개)를 제외한 졸업(75개 과정)에 필요한 나머지 과정을 본인 스스로 선호도,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 하지만 내신 성적에 도움이 되는 과목에 몰리는 우리 학생들과는 다르다. “학교 밖에도 다양한 생활이 있는 것”이라며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듣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쉬는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찾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 보니=OECD가 회원국 35개국을 포함해 72개국의 만 15세 학생 약 54만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PISA) 2015’ 결과에 따르면 핀란드는 읽기 1∼3위, 수학 5∼10위, 과학 2∼4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PISA는 3년 주기로 읽기와 수학, 과학 성취도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평가다.

PISA는 평균점수 오차를 고려해 순위를 범위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읽기가 1∼3위라는 것은 평균점수 오차를 고려하면 최고 1위, 최저 3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읽기 3∼8위, 수학 1∼4위, 과학 5∼8위를 기록했다. 전체 참여국 중에서는 읽기 4∼9위, 수학 6∼9위, 과학 9∼14위를 기록했다.

/핀란드=김지을기자 dok2000@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