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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무장 병원의 도시’ 오명 씻으려면
2017년 07월 12일(수) 00:00
[채희종 논설위원]
‘1:7=100:43’. 수학적으로는 아예 성립이 되지 않는다. 앞의 1대 7은 광주 인구와 서울 인구의 비례이며 뒤의 100대 43은 광주와 서울의 한방병원 수를 나타낸다.

현재 광주 지역 한방병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음을 보여 주는 기형적인 비례식이다. 다시 말하면 광주 인구는 서울의 7분의 1 수준이지만 한방병원 수는 서울보다 2.3배 이상 많고, 인구대비로 보면 16배나 앞선다. 병원 개수만 놓고 말한다면 가히 광주를 한방병원의 메카(?)로 불러야 할 판이다.

2017년 5월 현재 대한한방병원협회에 등록된 전국의 한방병원은 299개다. 이 중 광주의 한방병원은 무려 100개로 전국의 33.4%를 차지한다. 광주에 비해 인구가 월등히 많은 서울(43개)·부산(10개)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방병원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환자 유치 경쟁을 부채질해 보험 사기를 조장하는 ‘사무장 병원’의 난립을 초래했다. 인구가 많은 것도, 특별히 환자가 많은 것도 아닌 도시에 한방병원이 넘치다 보니 타 지역 의료계에서는 광주를 ‘한방병원의 도시’ ‘사무장병원의 도시’라는 말로 비꼬기 일쑤다. 한방병원이 너무 많다 보면 보험 사기에 가담하는 사람만 늘게 되고, 과잉진료로 인해 오히려 의료의 질은 떨어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한방병원 난립과 보험사기



‘사무장 병원’이란 의료기관 설립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불법 개설한 의료기관을 말한다. 사무장병원은 MRI(자기공명영상장치)나 CT(컴퓨터단층촬영) 등 고가 의료장비 없이 적은 비용으로 개원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게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이 병원은 태생의 목적이 투자금 회수와 개인의 이익이기 때문에 부실 진료, 과잉 진료, 건강보험 부당 청구, 보험사기 등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자동차 사고 발생 후 입원율과 인구 대비 보장성보험 10개 이상 가입률도 광주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광주에 한방병원 두 곳을 운영하며 4년간 요양급여와 보험금 139억 원을 부당 수령한 사무장병원 운영자들과 한의사가 최근 적발됐다. 이들 병원과 짜고 입·퇴원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1인당 30만∼1000만 원의 실손보험금을 타낸 환자 165명도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또한 지난 5일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100억 원대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타 낸 의료재단 이사장과 의사가 경찰에 적발됐으며, 특히 사무장병원을 단속해야 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이 병원으로부터 접대와 병원 매점 운영권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광주에 사무장 병원이 난립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타 지역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타 대도시에 비해 저렴해 병원 건물 구입이 쉽고, 빌딩 공실률도 높아 임대료도 싸다는 것이다.



부당 이익은 모두 몰수해야



더욱이 병원이 많아 경영에 실패했거나 개업을 못한 의사들이 다수여서 명의를 빌리기 쉬운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5년여 전 사무장병원을 차렸던 1세대 사무장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병원을 개설하는 데다, 이들 사무장 밑에서 일했던 일반 직원들도 노하우를 익혀 사무장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사무장 병원의 개업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단속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사무장병원 운영자들은 한 번 단속을 당하면 폐업 신고를 한 뒤, 의료 기록을 모두 폐기하고 또다시 다른 사람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기 때문에 수사가 어렵다. 또한 사무장 병원의 정보·로비력이 각계에 미치고 있는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경찰이나 관련 기관이 단속에 나가면 상당수 사무장 병원들이 대비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퇴직 경찰이나 의료 관련 기관의 직원들이 사무장들과 동업을 하는 병원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보험 사기 척결을 위해서는 광주지방경찰청에 사무장 병원만을 수사하는 상설기구(전담수사팀) 설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의료계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의사회·한의사회·심평원·손해보험협회 등이 힘을 모으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이나 불법으로 병원을 개설한 사람에 대해 현재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관련 법규를 개정 부당이득을 모두 몰수하는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의 면허를 박탈하거나 자격을 정지시켜 사무장병원의 개설을 원천 차단해야 할 것이다.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