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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결코 ‘폭망’해서는 안 된다
2017년 06월 28일(수) 00:00
임 동 욱 서울취재본부 부본부장
최근 만난 국민의당 초선 의원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국민의당 현실에 대해 물었더니 ‘폭망 정당’(폭삭 망한 정당)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은 조롱 대상이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의 ‘폭망’이 증명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의원 한 번 했으면 됐지 미련도 없다”는 이 의원. 가장 정치적 열정이 뜨거울 초선 의원이 서슴없이 내뱉는 이러한 자조 섞인 발언에서 국민의당이 마주하고 있는 혹독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90%대를 기록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율은 6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라고는 하지만 이에 비해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국민의당으로서는 미래가 암담한 상황이다. 여기에 제3당의 현실도 남루하다. ‘혁신’을 지렛대로 강력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보다는 여야 사이에 끼여 정치적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제대로 된 정치적 좌표 설정에 실패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국민의당 집안 사정도 좋지 않다. 중진과 초선 사이의 간극은 여전하며 흩어진 당심은 좀처럼 결집되지 않고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제대로 된 리더십이 형성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내부 결속을 이끌고 강력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일부 의원들의 민주당 합류설에서부터 통합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분위기가 고조되는 연말이나, 지방선거 이후를 기점으로 한 구체적 국민의당 붕괴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는 판이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다당제의 물꼬를 튼 국민의당이 대선 패배에 이어 정치적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재기를 위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숫자의 착시를 극복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여권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는 잘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포함되어 있다. 거품이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정권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낮은 지지율에 절망하기는 이르다. 지난 대선 호남이 국민의당에 30%대에 육박하는 지지를 보내 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철수 후보의 패배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도 이 같은 높은 지지는 국민의당의 생존을 바라는 민심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반영한다. 특히 호남 민심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 체제가 이끈 ‘공약 경쟁’ 등 정치적 부수 효과를 이미 체험했다. 국민의당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있는 셈이다.

여소야대 현실도 국민의당의 재기를 위한 충분조건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가는 제3당의 정체성을 보여야 한다. 해법은 민생을 기반으로 하는 ‘협치와 혁신’이다. 국민의당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협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 협치의 주체로 나서 새로운 시대를 원하는 민심의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 민심을 선점해야 한다. 민주당보다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이런 면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임명을 놓고 보여 준 국민의당의 어정쩡한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다. 제3차 청문회 정국과 추경 처리 등에서 국민의당은 민심을 토대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 다른 생존 포인트는 혁신이다. 안철수와 호남을 넘어서는 새 정치의 실체를 제시해야 한다. 8월 전대에서 혁신이 이슈가 돼야 하는 이유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 공천의 복안이 제시돼야 한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에 마크롱이 이끄는 정치단체 ‘앙마르슈’(En marche·전진)가 혁신 공천으로 총선에서 과반을 휩쓴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기존의 구도를 흔들어야 한다. 혁신은 시대적 요구다. 국민의당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최대의 정치 공학은 민심의 뜻대로 가는 것이다.

다당제는 선진 정치 문화로 가는 첫 걸음이다. 국민의 다양화된 요구를 반영하고, 합리적이며 생산적인 경쟁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다당제는 승자 독식인 소선거구제를 개편, 망국적 지역적 양당 구도를 종식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이 협력한다면 선거구제 개편은 가능하다. 개헌을 통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수 있고 이는 호남 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능력이 아닌 공천이 당락을 좌우하는 현실을 다시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도 국민의당이 ‘폭망’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국민의당의 헌신과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