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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대선’이 호남에 안긴 과제
2017년 05월 10일(수) 00:00
장 필 수 정치부 부장
사상 초유의 보궐선거로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대선은 최순실 사태로 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당초 12월에서 5월로 당겨지면서 일명 ‘장미 대선’이란 이름을 얻었다. 장미 대선은 지난해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사실상 막이 올랐다. 헌법재판소가 3월 10일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5월 9일로 선거일이 결정됐고 정당별로 후보 선출과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거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탄핵소추안 가결부터 투표까지 150여 일 동안 우리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겪었다. 탄핵 여파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분화돼 나왔고 야권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및 정의당이 삼각축을 형성했다. 이렇다 보니 이전처럼 여야 양자 구도가 아닌 다자 구도가 만들어졌고 후보가 역대 최다인 15명(중간에 2명이 사퇴하긴 했지만)을 기록했다.

다자 구도는 특히 호남에 새로운 선거 환경을 조성했다. 가장 큰 변화는 호남 유권자 특유의 투표 성향인 이른바 ‘전략적 선택’이 완화된 점이다. 호남 유권자들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최선의 후보는 아니지만 될 만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성향을 보였고 이를 정치권에선 전략적 선택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전략적 선택은 호남을 대변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그동안 호남표심을 등에 업은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제대로 된 경쟁을 하지 않았고 당선이 되더라도 호남의 지지를 당연시했다.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지 않는 상황, 이것이 장미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누린 기쁨일 것이다. 탄핵 정국이 만들어 준 것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어느 후보를 선택하더라도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이룬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은 속칭 꽃놀이패를 쥐고 선거에 임했다. 그런데 투표결과를 보니 호남은 이번에도 전략적 선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절묘한 표 분할로 문 후보를 밀어준 것이다.

어찌됐든 장미 대선이 호남에 안긴 과제도 있다. 다음에는 호남 출신 후보를 찍고 싶다는 유권자들의 소망에 응답해야만 하는 것이다. 호남은 15대 DJ이후 대통령을 내지 못했다. 17대 때 전북의 정동영 후보가 있었지만 이후로는 후보조차 없었다.

이번 장미 대선만 보더라도 본선의 주요 후보 5명중 4명이 영남이고 1명이 경기 출신이다. 각 당 경선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최성 고양시장이 광주출신이지만 최하위에 그쳤고 국민의당에선 박주선 의원이 나섰지만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비록 당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득표로 차기 대선 후보로 입지를 다졌다. 경남지사 출신의 홍준표 후보는 막말 논란에도 보수 표 결집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올렸다.

장미 대선을 지켜보면서 많은 호남 유권자들은 왜 우리는 후보를 내지 못할까라는 의문과 함께 상실감을 느꼈다. 인구가 100만 명 안팎이라고는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인 성남시장과 고양시장도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데 우리는 광역자치단체장인 광주시장과 전남지사조차 대선을 꿈꾸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거 때마다 호남이 정치의 중심이 되고 호남 표심이 판세를 좌우한다고 하면서 정작 이렇다 할 대선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기반성의 이면을 보면 지금부터라도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를 거치면 자연스럽게 대선 후보로 나서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늘부터 새 정부가 출범한다. 여소야대에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정국 변화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지역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 정치인들은 자치단체장 자리에만 눈독을 들일 것이 아니라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를 지내고 나면 대선 주자로 나선다는 큰 꿈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도 큰 꿈을 가진 정치인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 이들이 호남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로 커 가는 데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장미 대선이 호남에 부여한 미션이 바로 이것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