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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152) 차밭]수묵화의 현대화 … 보성 차밭이 생생
2016년 04월 28일(목) 00:00
김옥진 작 ‘차밭’(1989년 작)
우연히 차 씨앗을 구해 새싹 틔우는데 성공하면서 수년 전부터 차나무를 키우고 있다. 이 세상 모든 새싹이 여리고 예쁘지만 곡우 즈음에 돋아나는 차나무 어린 잎 싹의 예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마치 창처럼 뾰족한 어린 싹 하나에 그 옆으로 어린 잎 한 장과 성숙한 잎 한 장이 펼쳐있어 일창이기(一槍二旗)라 하는데, 이런 찻잎을 따서 햇차를 만든다.

차 전문가인 친구 덕분에 일창이기 어린 찻잎을 따서 덖지 않고도 뜨거운 물에 우려먹는 법을 배웠다. 차 마시고 난 후 데쳐진 듯한 어린 찻잎은 깨소금과 참기름에 버무려 그야말로 비타민 C 덩어리인 녹차 나물을 현미밥에 슥슥 비벼먹곤 했다. 그때마다 입 안 가득 번지는 봄의 싱그러운 기운에서 한해 버티는 힘을 얻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이 든다.

옥산 김옥진(1927∼ )의 ‘차밭’(1989년 작)은 전통적인 남종화의 화풍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찻잎을 따는 모습을 정겹게 묘사한 수묵담채화이다.

전통적인 남종 수묵화가 먹색만으로 대상의 빛깔을 함축시켜 표현하면서 먹의 농담으로 원근감이나 공간감을 나타낸다면 수묵담채화는 먹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엷게 채색한 그림. 밑그림을 그린 후 엷게 채색하거나, 채색과 형태 그리기를 번갈아서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대상을 묘사한다.

전통남종화가 화가의 몸에 깊이 깃든 문기와 심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어서 다소 관념적인데 비해 옥산의 ‘차밭’ 풍경은 요즘의 보성이나 강진의 너른 다원에서 실제 볼 수 있는 풍경이어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의재 허백련이 후진 양성을 위해 만든 연진회에서 배출된 굵직한 화가로 손꼽히는 옥산은 그 문하에서 전통적 형식을 익혀왔지만 고전적 엄격성과 관념적 양식에서 벗어나 실제적 감흥을 중시하는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옥산은 그림의 실감을 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생하였고 사실성에 입각한 분위기의 작품이 두드러진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