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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145) 선량
나서는 사람보다 내세울 만한 사람을 뽑자
2016년 02월 25일(목) 00:00
정혜련 작 ‘가죽으로 만든…’
4·16 총선을 앞두고 도심의 건물은 국회의원 예비 후보들의 출마를 선언하는 현수막으로 덮여있고 언론 매체에서도 자신을 내세우는 열띤 목소리들로 드높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를 찾아야하는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이상적인 지도자의 조건으로 인격의 원만함이나 덕성 등을 요구합니다만, 인격이 고결한 것과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어요. 고매한 인격보다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큰 목적만 달성하면 그것이 좋은 지도자가 아닐까요?”

천년 제국을 경영했던 로마의 지혜와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리더십의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켰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진정한 지도자란 ‘국민의 행복’을 실현해주는 현실주의자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책에서 읽었던 ‘초월적 사고, 감성적 직관, 창조적 영감’ 등 이상적인 리더십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지금 발 딛고 있는 우리 사회를 힘차고 건강하게 구현해주는 인물이 필요한 것이라는 역설일 것이다. ‘나서는 사람보다 내세울 만한 사람’을 볼 줄 아는 우리의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 같다.

몇 년 전 보았던 정혜련 작가(1977∼ )의 ‘가죽으로 만든 영웅의 집’(2006년)은 안타까운 우리의 정치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국민의 대표라지만 권력 의지와 권위의 상징으로서 우리를 압도하는 국회의사당을 작가는 볼품없이 구겨지고 쪼그라들게 표현했다. 영락없이 요즘 우리 국민들이 국회를 바라보는 심란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부산 출신의 정혜련 작가는 조각을 전공했으며 가죽 시리즈로부터 설치, 입체 드로잉 시리즈까지 늘 새로운 주제와 형식에 도전해오면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이다.

작가는 국회가 진정한 ‘영웅의 집’이 되기를 소망했을 것이다. 오늘 우리 눈앞에 산적해있는 난제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선량’들로 가득하게 되는 날, 텅 빈 껍데기처럼 공중에 부유해있는 집은 비로소 대지에 안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