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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140) 사다리
‘헬조선’에 희망의 사다리 사라지지 않기를
2016년 01월 14일(목) 00:00
조지아 오키프 작 ‘달을 향한…’(1958년)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언어는 그 자체로 우리들 삶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다. 지난 해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언론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헬조선’ 혹은 ‘수저론’이다. 희망을 기약할 수 없는 청춘들의 좌절이 투영된 단어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 점의 그림에서 잠시 위안과 마음의 화평을 얻고 새삼 예술의 힘을 발견할 때가 있다. 미국 현대미술, 추상표현주의와 색면 회화의 중요한 선구로 평가받으며 뉴욕근대미술관(MOMA)의 첫 여성작가 회고전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조지아 오키프(1887∼1986)의 ‘달을 향한 사다리’(1958년 작)는 어쩐지 우리들 마음을 동심에 젖게 한다. 인간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사물의 상징으로, 혹은 무한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심미적 의미로 사다리가 등장해서일까?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달에까지 닿기 위해 마음의 사다리를 세우고 또 세웠던 지나간 청춘의 시간도 함께 떠오른다.

조지아 오키프는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작가로서의 위치와 명성뿐 아니라 뉴욕에서의 성공적인 활동에 이어 만년에 뉴멕시코사막에서 독립적이고 전설적인 삶을 개척한 여성으로서도 독보적이다. 화면에 커다랗게 확대한 꽃과 뉴욕의 마천루, 뉴멕시코 사막 풍경과 공간의 광대함 등 대표작들을 통해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자연의 힘과 불멸성에 대한 믿음을 전해주기도 했다.

작품 ‘달을 향한 사다리’는 뉴멕시코에서 흙집을 짓고 살던 작가가 뉴멕시코 인디언의 삶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사다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디언들은 지붕 위에 올라 일출과 오후의 석양을 바라보며 자연 종교의 핵심을 이루는 우주적 힘과 직접적으로 소통했다고 한다. 사다리는 지붕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였지만 더 나아가 우주의 연결, 우주적 의식과 맞닿아 있는 상징이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