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희망’ 사라지고 ‘붉은 배추밭’ 절망만
르포-태풍 피해 시름 가득한 해남 배추밭 가보니
뿌리까지 썩어 수확 포기
해남 재배면적의 41% 피해
영양제 투입해도 유명무실
김장철 앞두고 깊은 한숨
“농사 수십년…이런 피해 처음”
뿌리까지 썩어 수확 포기
해남 재배면적의 41% 피해
영양제 투입해도 유명무실
김장철 앞두고 깊은 한숨
“농사 수십년…이런 피해 처음”
![]() 해남군 산이면 대진리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한 농민이 지난 18일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배추밭을 살펴보고 있다. 9~10월 연이은 태풍으로 해남지역 배추밭 1765ha가 피해를 입었다. |
“배추 농사만 30년 넘게 했는 디, 올해 같은 피해는 처음이여. 단 한포기 못 건질 판이여. 뿌리까지 썩어 문드러졌당께!”
지난 18일 오후 찾은 해남군 산이면 대진리 이천문(73)씨의 배추밭 1만3223㎡(4000평)에는 푸른 색 배추는 온 데 간 데 없고 붉은 색 흙만 가득했다. 그나마 듬성듬성 남아있는 배추 역시 병충해로 밑동까지 썩어가고 있었다. 주변 배추 밭도 상황은 마찬가지.
평소 이맘때면 생육의 절반 이상 진행된 푸른 색 배추들이 이랑이 안보일 정도로 자라 밭을 가득 메우고 있어야 하지만, 연이은 태풍 피해로 배추의 성장이 멈춘 탓이다.
해남 배추는 수확철이면 장비를 이용해 뿌리를 잘라내야 할 정도로 전국 최고의 단단한 품질을 자랑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이씨의 배추는 가볍게 발로만 툭 차도 뿌리가 뽑혀 나갈 정도로 썩어서 상품성이 없는 상태였다.
지난 8월 말께 4000평 규모의 자신의 배추 밭에 1만여 개의 모종을 심었다는 이씨는 “내 나이 칠십이 넘도록 한해에 태풍을 세 번 맞긴 처음”이라며 “너무 속상해 배추 밭을 처다 보기도 싫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9월과 10월 전남을 덮친 세번의 태풍(‘링링’, ‘타파’, ‘미탁’)으로 해남 배추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전국 배추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해남 배추 농가들이 잇따라 수확을 포기하면서 올 김장철 배추 값도 폭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일 해남군에 따르면 태풍 미탁 등으로 해남 지역 전체 배추재배면적 4313ha의 41%에 달하는 1765ha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7일 해남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농가 지원에 나섰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농가들의 피해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지난해 전남지역 가을배추 생산량은 38만 1000t이었지만 올해는 연이은 태풍과 잦은 강우로 작황이 부진해 생산량이 전년대비 15~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이은 태풍피해로 해남산 가을배추의 생산량도 많게는 60%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남 배추농가들은 특히 태풍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만해도 지난해와 달리 올 배추가격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던 터라 실망감이 더욱 큰 분위기다.
실제 지난 4일 가락동농산물도매시장 거래 가격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 기준 7031원에 그쳤던 배추가격은 올해 1만 8582원으로 2.6배 넘게 상승했다. 이는 전년 배추 가격 폭락 등의 영향으로 배추재매 면적이 크게 줄어든 탓이라는 게 배추농가들의 설명이다.
해남의 한 배추 농민은 “절임배추용인 해남가을 배추는 생육기간이 120일 전후로 대부분 8월 말께 밭에 심는데, 뿌리가 제대로 안착하기도 전인 9월 들어 태풍 ‘링링’과 ‘타파’가 덮치면서 뿌리가 흔들리는 뿌리돌림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10월 들어 태풍 ‘미탁’이 강풍과 함께 200㎜ 이상의 집중호우를 쏟는 바람에 배추의 뿌리에 수분이 과포화됐고, 뿌리기능이 상실돼 수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남지역은 9~10월 두달 간 491.8㎜의 강우량과 17일의 강우일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남도는 피해를 입은 해남 배추농가에 영양제 지원 등을 검토중이지만, 이마저도 이미 무름병, 뿌리혹병, 바이러스성 질병 등이 창궐해 영양제 투입도 유명무실하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배추 농가들의 피해가 너무 커 걱정”이라면서 “농협 등과 협의해 배추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중”이라고 말했다.
/해남=글·사진 김민석 기자 mskim@
지난 18일 오후 찾은 해남군 산이면 대진리 이천문(73)씨의 배추밭 1만3223㎡(4000평)에는 푸른 색 배추는 온 데 간 데 없고 붉은 색 흙만 가득했다. 그나마 듬성듬성 남아있는 배추 역시 병충해로 밑동까지 썩어가고 있었다. 주변 배추 밭도 상황은 마찬가지.
해남 배추는 수확철이면 장비를 이용해 뿌리를 잘라내야 할 정도로 전국 최고의 단단한 품질을 자랑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이씨의 배추는 가볍게 발로만 툭 차도 뿌리가 뽑혀 나갈 정도로 썩어서 상품성이 없는 상태였다.
지난 8월 말께 4000평 규모의 자신의 배추 밭에 1만여 개의 모종을 심었다는 이씨는 “내 나이 칠십이 넘도록 한해에 태풍을 세 번 맞긴 처음”이라며 “너무 속상해 배추 밭을 처다 보기도 싫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0일 해남군에 따르면 태풍 미탁 등으로 해남 지역 전체 배추재배면적 4313ha의 41%에 달하는 1765ha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7일 해남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농가 지원에 나섰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농가들의 피해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지난해 전남지역 가을배추 생산량은 38만 1000t이었지만 올해는 연이은 태풍과 잦은 강우로 작황이 부진해 생산량이 전년대비 15~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이은 태풍피해로 해남산 가을배추의 생산량도 많게는 60%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남 배추농가들은 특히 태풍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만해도 지난해와 달리 올 배추가격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던 터라 실망감이 더욱 큰 분위기다.
실제 지난 4일 가락동농산물도매시장 거래 가격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 기준 7031원에 그쳤던 배추가격은 올해 1만 8582원으로 2.6배 넘게 상승했다. 이는 전년 배추 가격 폭락 등의 영향으로 배추재매 면적이 크게 줄어든 탓이라는 게 배추농가들의 설명이다.
해남의 한 배추 농민은 “절임배추용인 해남가을 배추는 생육기간이 120일 전후로 대부분 8월 말께 밭에 심는데, 뿌리가 제대로 안착하기도 전인 9월 들어 태풍 ‘링링’과 ‘타파’가 덮치면서 뿌리가 흔들리는 뿌리돌림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10월 들어 태풍 ‘미탁’이 강풍과 함께 200㎜ 이상의 집중호우를 쏟는 바람에 배추의 뿌리에 수분이 과포화됐고, 뿌리기능이 상실돼 수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남지역은 9~10월 두달 간 491.8㎜의 강우량과 17일의 강우일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남도는 피해를 입은 해남 배추농가에 영양제 지원 등을 검토중이지만, 이마저도 이미 무름병, 뿌리혹병, 바이러스성 질병 등이 창궐해 영양제 투입도 유명무실하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배추 농가들의 피해가 너무 커 걱정”이라면서 “농협 등과 협의해 배추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중”이라고 말했다.
/해남=글·사진 김민석 기자 mskim@